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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의 재구성… 패권지도 다시 그린다 [책꽂이]

■뉴맵-대니얼 예긴 지음, 리더스북 펴냄

셰일가스 혁명후 美 영향력 막강

사우디 등 OPEC 입김 줄어들어

'공격적 팽창' 中 일대일로 앞세워

에너지 자원·수송로 확보에 사활

美와 글로벌 전역서 마찰음 커져

지정학·기후변화도 패권에 영향

'수입 의존' 韓, 치밀한 전략 필요

사진 설명




미국이 산유국 1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셰일유전 지대 전경./AP연합뉴스


2018년 9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였다.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모두 밀어내고 45년 만에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되찾았다는 소식이었다. AP통신은 “믿기지 않은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경제성 높은 채굴 기술이 확보되면서 미국 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미국에는 희소식이었을 이 발표는 원유를 무기로 삼던 다른 산유국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국제 원유 가격은 급격히 하락 곡선을 그렸고,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높아졌다. 에너지 확보를 위해 중재자를 자처해온 미국이 해당 지역에 관심을 덜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되면서 원유 수출·수입국을 막론하고 각국의 경제·외교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세계 패권 지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당연히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의 눈에도 포착됐다. 1992년에 석유를 둘러싼 부와 권력의 탄생, 국제사회의 갈등과 충돌 등을 분석한 저서 ‘황금의 샘(The Prize)’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예긴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성공 이후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에너지 패권의 흐름과 전망을 신간 ‘뉴맵(New Map)’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이후 세계 에너지 지도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산유국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됐다. 대신 에너지 뿐만 아니라 군사·경제·외교적 파워까지 쥐고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 역동적으로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미국은 그간 외교에서 제한 요소로 작용했던 에너지 문제에서 크게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고립주의를 택한 결과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이집트 카이로 동쪽에 건설 중인 신행정 수도 전경./EPA연합뉴스


또 다른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는 에너지 정책과 맞물린 동진·서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과 새로운 갈등에 직면하기도 한다. 중국은 에너지 지도에서 태풍의 눈과 같다.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에너지 블랙홀’로 불린 중국은 이제 ‘세상의 중심’(중화·中華)이라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공격적인 팽창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전방위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주변 관계국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에너지 자원 및 수송로 확보, 군사 협력 강화 등 중국의 초대형 복합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주요 지점은 모두 미국과 중국이 부딪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예긴이 이번 책에서 주목한 것은 각국의 에너지 정책과 지정학적 전략 만이 아니다. 향후 에너지 패권 지도를 완전히 다르게 그릴 수 도 있는 전기차 등 신기술과 기후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아직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재생 에너지 개발과 전기차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에너지 패권 지도를 계속 꿈틀거리게 할 것이라고 예긴은 전망한다.



책은 한국의 에너지 문제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해 분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긴은 책의 앞머리에 실은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각 장이 한국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설명한다. 그는 한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반열에 자리 잡으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고 전하지만,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 규모가 1조6,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에너지의 85%를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그마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냉정하게 지적한다.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라는 한국의 목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 보다는 서둘러 설정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재생 에너지 자원의 비율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지만 원전 논란을 비롯해 불확실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지난 3월 취재진에게 공개된 전기차 아이오닉5./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예긴은 한국이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전략과 지정학 문제, 신기술 및 기후 문제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길 촉구한다. 큰 그림에서 미래를 내다보라는 뜻이다. 실제 미국의 에너지 전략은 한국과 직접 맞닿아 있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25%를 LNG(액화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 LNG 1위 수입국이다. 러시아의 동진 정책에도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다. 러시아가 북극 LNG를 개발하면 이를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려 할 것이라는 점과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중국이 그리는 새 에너지 패권 지도에 대해 한국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국가들의 어려움이 날로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물론 에너지 지도 변동과 관련해 한국의 미래를 마냥 암울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간 석유 시대를 이끌어온 자동차 산업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면서 한국이 장차 달라질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기후 문제와 함께 전 세계에서 논의되는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한국이 전략을 잘 세운다면 기술력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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