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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건희 컬렉션 기반한 '한국의 오르세' 만들자"

미술계 이건희 기증품 기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요청

원로 박서보·심문섭 등 미술계 100명 주비위 동참

송현동 부지, 정부서울청사 등 상징적 공간 제안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 폭 560cm이상의 대작이라 시가로는 50억~100억원 이상까지 추산되는 걸작이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평생을 두고 수집한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한 데 이어 미술계가 ‘이건희 기증품’을 기반으로 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칭)을 준비하는 일부 문화 예술계 원로들은 29일 저녁 회합을 갖고 주비위원회를 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 회장의 유족들이 수집품 기증의사를 공식 발표한 후 이를 접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청와대를 통해 알려진 직후 긴박하게 이뤄졌기에 주목을 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신현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오광수 전 문화예술위원장,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윤철규 전 서울옥션 대표, 미술사가 최열 전 문화재전문위원 등이 주축이 된 주비위원은 “삼성가에서 국가에 기증한 미술품 중 근대미술품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 미술품 등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취지로 모였다. 이들은 오는 5월 초 준비위 또는 발기인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비위원으로 조각가 심문섭과 정현, 서양화가 박서보·김근태·정복수·한만영을 비롯해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우찬규 학고재 회장, 최웅철 전 화랑협회 회장, 박여숙 박여숙갤러리 대표 등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대표적 근대미술가 박수근의 '절구질 하는 여인'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그간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함께 전시해 온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대미술 소장품이 1,000여점 정도에 불과했고 이중섭·박수근의 대표작 유화조차 부족한 실정이었으나 이번 ‘이건희 기증품’으로 1,000점 이상의 근대미술품을 추가로 확보하게 돼 별도의 근대미술관 건립의 기반을 얻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이왕가미술관에서 넘겨받은 유물 등 대략 2,000점의 근대미술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비위는 국립근대미술관 부지로 서울시 소유로 전환된 송현동 문화공원부지를 제안했다. 주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비로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면서 “이 부지는 원래 미대사관 숙소로 사용되다 삼성생명이 미술관 건립을 위해 매입했지만 IMF 이후 매각할 수밖에 없었기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대표적 사립미술관인 아트선재센터, 옛 풍문여고 부지에 개관 예정인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인사동까지 이어지는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주비위 측은 또다른 대안으로 현 ‘정부서울청사’를 지목했다. 주비위 관계자는 “정부서울청사 건물은 정부와 관료조직이 중심이 되어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를 견인해 낸 상징적인 장소인 동시에 국가 상징거리인 세종로에 자리한다는 점에서 근대미술과 상징적으로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미 미술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에만 있던 시절, 서울 도심에 미술관이 없음을 지적하며 1995년 ‘기무사에 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해 약 15년 만에 서울관 건립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요청의 경우 문 대통령의 특별관에 대한 의지 표명도 있었던 만큼 낙관적 분위기가 크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대표적 근대미술가 이중섭의 '황소'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해외 선진국 대부분이 현대미술관은 없더라도 근대미술관은 필수로 확보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미술계는 왜곡된 구조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9년 근대미술관이 없는 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했다. 프랑스의 경우 박물관 성격의 루브르미술관, 현대미술관 역할의 퐁피두센터 외에도 근대미술 전문관인 오르세미술관이 1986년 별도 개관했다. 영국도 대영박물관과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외에 근대미술 전문의 테이트브리튼이 역할을 나눠맡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국립근대미술관, 우에노 현대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이 장르와 소장품을 연대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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