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부의장이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에게 조롱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항의 표시를 한 것이다.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을 대신해 사회를 맡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부의장이 단상에 오른 뒤 별다른 사과가 없자 “내려 오세요”, “사과 하세요”, “의장 자격이 없잖아”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상 근처로 다가가 “부의장 자격이 없다”고 큰 소리로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김 부의장이 다음 질의 차례인 양향자 민주당 의원에게 “질의 하시라”며 의사 진행을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이에 양 의원이 “반도체 전쟁 이야기는 들으셔야 합니다 의원님들”이라며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류하기도 했다.
전날 김 부의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허 의원이 질의를 마치고 내려오는 과정에서 ‘잘했다’고 격려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신났네, 신났어”라고 혼잣말을 했다. 당시 마이크가 켜져 있어 김 부의장의 혼잣말은 본회의장에 그대로 방송됐다.
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평소 후배 여성 의원에게 건네주던 위로와 격려의 따뜻함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야당에 대한 비아냥과 차가운 오만함만 가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발언은 참담하지만 분명 저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있었다”며 “사과하지 않는다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원내부대표단도 이날 대정부질문에 앞서 박 의장을 찾아 김 부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원내수석은 박 의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에게 김 부의장의 대국민사과와 야당 의원들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김 부의장의 본회의 사회는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은 민생을 외면한 행동”이라며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정치적 구호와 행위로 민생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정부질문은 민생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하는 장”이라며 “김 부의장의 혼잣말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지적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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