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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미얀마·홍콩·북한의 민주주의

논설위원

미얀마 군부엔 규탄 목소리 높이더니

文정부, 北·홍콩 현실은 철저히 외면

내치도 "문민독재 우려" 점차 확산

이중성 반성 없인 국민에 심판 받을 것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써 500명 이상의 시민이 숨졌고 2,5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한다. 특히 30명 이상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어 국제사회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사망자가 218명, 행방불명자가 363명, 상이자가 5,088명 등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선도적으로 미얀마 군부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조치들을 내놓았다. 미얀마에 대한 군용 물자 수출과 군 장교·경찰 교육 훈련을 중단했고 개발협력(ODA) 사업도 재검토에 나섰다. 국내 체류 미얀마 국민 2만 5,000여 명에겐 체류 기간이 끝나도 더 머무를 수 있게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미얀마 군과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구금 인사들의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비슷한 아픔을 미리 겪었던 우리가 미얀마 민주화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똑같은 상황인 홍콩의 민주주의, 북한의 민주주의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 입법 추진을 계기로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는데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조슈아 웡 등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과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주역인 왕단 등이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 광주”라며 한국에 지지를 요청했지만 모른 척했다.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는 보안법 입법, 선거제 개편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특히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 무관심을 넘어 북한 정권의 독재를 돕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발의 11년 만에 겨우 통과된 북한 인권법은 시행 4년이 지나도록 실행하지 않아 사문화됐다. 북한 인권재단 출범은커녕 북한 인권대사 임명도, 북한 인권 기록 보존소 설치도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대해 “북한 인권법을 이행하고 북한과의 협상에 인권 문제를 포함하라”고 권고했을까. 게다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국내외 우려에도 대북 전단 살포금지법 입법을 강행해 결국 30일 시행했다. 이 밖에도 북한 인권에 눈감은 일들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지적들이 쏟아져도 정부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한반도 비핵화와 당사국 간의 평화 협정 체결을 주요 골격으로 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까지 포함하는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과 맥락이 같다. 평화 협정 체결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해 고려연방제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해온 방안이다. 평화를 내세웠지만 내용은 북한 정권의 주장에 가깝다는 의혹을 낳는다. 당연히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해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동조하면서도 친(親)중국·친(親)북한 정권이란 이념 특성 때문에 홍콩 민주화, 북한 민주화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치에서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헌법상의 독립기관인 검찰·감사원 등의 집권 세력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과거 독일의 히틀러 등이 그랬듯이 다수결 원칙을 내세워 입법 폭주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국민의 뜻’을 내세워 적폐 몰이를 하며 편을 가르고 정부·사회 조직에 자기 편 사람들을 심는 ‘문민독재’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행정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등 국가 조직 대부분을 현 집권 세력이 장악했다. 검찰과 감사원과 일부 언론 등 매우 극소수 조직에서만 반대 목소리를 낸다. 민주주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을 바로잡으려면 다가오는 4·7 재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심판하는 길밖에 없다. 중국과 북한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될 때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기회도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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