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86> 백신 앞세운 팽창 외교지만 ‘백신 외교’는 아니라는 나라

■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1억 도스 해외 공급

지난 2월 15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하라레 공항에서 열린 중국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인도식에서 중국 관리가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있다. 이날 20만 도스의 백신이 짐바브웨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중국 백신이 국내외에서 쌍쌍파억(雙雙破億)을 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 주요 관영 매체들이 지난 3월 27일 일제히 헤드라인에 올린 제목이다. ‘쌍쌍파억’은 두 가지에서 모두 ‘1억’을 돌파했다는 중국식 조어다. 즉 이날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중국 내 누적 접종이 1억 도스(1회 접종분)를 기록했고 이것이 앞서 달성한 중국산 백신의 해외 공급 1억 도스와 함께 합쳐져 명명된 것이다.

중국내 코로나19 백신의 1억 도스 누적 접종은 14억 중국 인구에 비해서는 큰 숫자는 아니다. 반면 해외 1억 도스 수출·지원은 나름대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중국은 80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원조했고 동시에 40여개국에 수출했다. 또 10여개국과 백신 개발 생산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조 국가가 수출 국가보다 배나 많다고 공개한 것이 눈에 띈다. (이후 중국은 지난 30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량이 1억1,469만 도스라고 밝혔지만 아직 해외 수출·지원 물량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중국 당국의 발표를 인정하는 전제 아래, 중국산 백신의 효과가 크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은 놀랍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자국산 백신을 독점하고 저개발국에는 공급을 지연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시노백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생산중이다. 중국은 올해 안에 총 26억 도스의 백신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자국의 중국산 백신을 활용한 ‘백신 외교’ 강화하고 있다. 물론 ‘전형적인 병 주고 약 주기에 다름 아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한 방울의 백신도 급한 나라들은 중국의 팽창 정책을 반박하기는 어렵게 됐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원조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진정되면서 대외로 시선을 돌려 본격적인 백신 외교를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5월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화상회의 개막식 연설을 통해 “중국이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6월 ‘중국-아프리카 단결 방역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은 아프리카와 보건 건강 공동체를 구축하고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 후 시판에 들어가면 우선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에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열린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개발도상국에 우선권을 부여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이런 장담은 일단 효과를 봤다. 지난해 7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필리핀이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획득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과 어업권 관련해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이지만 일단 코로나19 사태 해소가 더 급했다는 것이다.

중국산 백신을 처음 대규모로 구매한 나라는 남미의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브릭스의 회원국이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동료’인 중국이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9월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도 추가 구매 중이다.

상대적으로 신속한 공급, 적당한 가격 등의 장점이 있음에도 중국 백신이 보편적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신뢰도 때문이다. 앞서 브라질이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서 중국산 백신을 임상시험한 결과 예방효과가 50%에서 90%까지 들쑥날쑥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백신 긴급 사용 최소기준인 50%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든 대략 70% 내외로 본다.

지난 2월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경기장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중국산 시노백 백신의 집단 접종이 진행중이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자국산 백신 챙기기에 몰두한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중국은 백신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풀었다. 미국이나 유럽산 백신을 구입하지 못한 나라들에게 유일한 대안으로 중국이 인식될 정도다. 중국의 백신이 대규모로 다른나라에 전파된 것은 자국내에서 접종을 하지 않고 밀어내기로 수출한 중국의 정책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의 누적 접종량은 1억1,500만 도스 가량이지만 총 인구 대비로는 아직 4%(2회 접종시)에 불과하다. 총 인구가 중국의 4분의 1도 안되는 미국은 총 1억4,800만 도스를 접종했다. 중국보다 4배 이상 빠르다는 것이다. 중국내 접종 속도가 느린 이유도 역시 자국민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효능 때문이다.

중국의 백신 수출 증가는 코로나19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말 후베이성 우한에서 대규모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중국은 줄곧 책임론에 시달려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공개적으로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최초 우한 발원은 거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숨기는 상황에서 이런 인식은 더욱 굳어지고 좀더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덮기 위해 중국이 공세적으로 나선 것이 ‘백신 외교’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오만 등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은 도착지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협상의 도구로 내세웠다. 이는 미국의 반(反) 중국 동맹 구축 노력에 맞서 중국 측에서 지원군을 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다. 백신 확보가 늦은 이들 국가로서는 차이나머니보다는 당장 중국산 백신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 국유 제약회사 시노팜과 UAE 아부다비의 그룹42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아부다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아부다비의 백신 공장은 연간 2억 도스의 백신을 생산할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왕이 부장은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 함께 지난 28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조인트벤처 출범 온라인 행사에 참석했을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지난 2월 24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한 남성이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맞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산 백신을 도입했다. /AP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측이 ‘백신 외교’라는 말 자체에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도 아마 코로나19 책임론을 강하게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병주고 약준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한 반발 심리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3일 사설에서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고 공평한 분배를 추진할 때 일부 서방 국가 정객과 언론은 꾸준히 언론플레이에 공을 들이면서 중국이 ‘백신 외교전’을 펴고 있다고 모함하고, 중국이 백신 수출과 지원을 이용해 지정학적 정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도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에서 특히 “중국이 무슨 ‘코로나19 외교’를 꾀한다기 보다는 ‘인도주의적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다”며 맞장구쳤다.

지난 1월 18일 브라질의 상징이기도 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앞에서 시민들이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맞고 있다. 브라질내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당시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보도됐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사용되는 ‘** 외교’ 호칭도 사안에 대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표 포털인 바이두를 보면 ‘판다 외교’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에는 “중국이 판다를 선물하거나 순회전시, 상업성 임대를 통해 외교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판다 외교는 당나라때 무측천이 일본에 2마리의 ‘흰곰(白熊)’을 선물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붙어있다. 바이두에서 최근 ‘백신 외교’ 단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물론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외교도 한계가 있다. 여전한 중국산 백신의 신뢰도 부족 때문이다. 지난 23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달 중국의 시노백 백신을 전달받았으나 아직 긴급사용을 승인하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을 곧바로 접종한 것과 대비됐다.

WP는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추가자료를 요구한 상태”라며 “중국산 백신은 임상시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산 백신 도입은 고려에 넣지 않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공개된 데이터의 부족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의 ‘백신 민족주의’ 와 ‘백신 격차’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게만 중국 입국시 편의를 봐주겠다고 한 것도 논란을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무슨 이익인가를 얻으려면 다른 국가가 아닌 중국산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강요이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3월 29일 항공편을 통해 자국에 도착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그럼에도 ‘인해전술’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물량 공세는 중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이바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국산 백신의 해외 공급 방식에서 중국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미국은 화이자·모더나 등을 통해 1억3,610만 도스를 미국에서 생산했는데 전량 미국내에서 사용됐다. 화이자의 경우 유럽 생산분의 48%가 수출되는 데 반해 미국내 생산 화이자 백신은 미국 내수용이다. 6,800만 도스를 생산한 인도가 65% 물량을 수출한 것과도 차이가 있었다.

악시오스는 이런 사실을 보도하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 수백만 도스를 보내며 백신 외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전세계 백신 접종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