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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원조격 美서도 손사래…기업 해외탈출 초래할 것"

경총 등 경제단체 '규제 완화' 호소

전경련 '집단소송제' 관련 세미나

"소비자 이익 미미…변호사만 배불려

30대 그룹 소송비 최대 10조 늘것"

중대재해법은 대상모호·처벌과도

소송 폭증 등 기업들 대혼란 우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이 25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집단소송제 도입 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경련




“중대재해처벌법이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제정돼 모호한 내용, 과잉 처벌 조항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대로 법률이 시행되면 산업재해 예방 효과는 없고 소송 폭증으로 인해 기업들만 대혼란에 빠질 겁니다.”(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집단소송의 원조격인 미국에서조차 이 제도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질됐습니다. 소송이 남발되고 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존 베이즈너 스캐든 변호사)

정부 여당의 동시다발적 기업 규제에 재계가 절박한 호소에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7개 경제 단체는 내년 초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보완해달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관계 부처에 요구 사항을 25일 제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도입을 앞둔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앞서 제도를 도입한 미국과 프랑스의 경제 단체(미국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한불상공회의소)와 함께 세미나를 열었다.

경총 등 경제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수준을 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더욱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고경영진의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이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통과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경총 등은 “산업 재해는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해 발생하지만 이 법은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게만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단체들은 중대재해법 처벌의 대상인 경영 책임자에 대한 정의부터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통과된 법에서는 경영 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총 등은 ‘이에 준하여’나 ‘또는’ 등의 문구로 범위가 모호해지고 경영 책임자로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칫 경영진 여러 명이 동시에 처벌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대재해법 의무 주체를 ‘1인’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처벌 조항도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규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 책임자를 대상으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 단체들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과실 형태인 산재 사고에 대해 1년 ‘이상’ 등 하한형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형벌 수준을 상한 설정 방식(수년 이하 징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행 시기 연기도 요구했다. 중대재해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하는 내년 1월 27일 시행될 예정이다. 경제 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이 산업 현장의 준비 기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어 경영 책임자가 예기치 않게 처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률 시행을 공포 후 2년 후로 연장하자”고 요청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 도입을 놓고도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국회 법안 제출을 앞두고 있다.

경영계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소송비용은 비용대로 늘어나고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경우 30대 그룹 기준 소송비용은 최대 10조 원 늘어난다. 집단소송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평균 100만 달러 수익을 올렸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32달러의 이익만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만족하지 못한 채 변호사들 배만 불리는 입법이라는 취지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 생존을 위해 다방면으로 도와줘도 충분하지 않은데,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한국 투자 기피와 기업의 해외 탈출 현실화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입법안에 미국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강력한 규제들이 포함된 점을 크게 우려했다. 원고 측 입증 책임 경감과 영업 비밀 제출 의무 부과, 소급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법원은 집단소송에 대해서도 개별 소송과 똑같이 원고에 입증 책임을 주고 있다. 집단소송이라고 해서 원고의 입증 책임을 경감해주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집단소송 제정안에는 원고가 ‘개략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면 피고가 구체적으로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 집단소송이나 민사소송법에서 원고에게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도록 하는 것과 비교된다.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한불상공회의소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집단소송과 관련된 법적 틀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집단소송은 대표성이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에 의해서만 진행될 수 있다”며 “손해배상의 경우도 물질적 피해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셰볼 드 카조트 미 상의 법률개혁원 부대표는 “서둘러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보다 기업 투자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한신·한재영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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