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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84> 美에는 “레드라인 지켜라” 경고, 韓에는 “中 성장에 동참” 권유

■ 中 학자에게서 듣는 한중·미중 관계

류루이 교수 /최수문기자




지난 11일 폐막한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중국 경제·사회 사업계획 확정, 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 및 2035년 장기계획 확정 등과 12일에는 쿼드 4개국(미국·일본·인도·호주) 화상 정상회의에 이어 오는 18일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 등 우리 경제와 외교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인 학자들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이들은 모두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이러한 전망을 국제사회에서도 부인하지 않는다. 미중 관계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이지 못했다. 미중 갈등이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의 변화를 요구했다. 18일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중국 개발’에 참여하기를 원했다.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다만 미국 편을 들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인터뷰는 지난 12일에 진행됐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전체를 싣는다.

류루이(劉瑞) 인민대 응용경제학원 교수는 중국 경제의 발전 모델로서의 지속 가능 성장 계획 수립에 대해 정부에 정책 자문을 한 경제학자다.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중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로 통한다. 왕원(王文)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소장 학자로, 충양금융연구원은 글로벌 거버넌스, 금융발전, 대국관계 등의 연구를 통해 중국 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류루이 인민대 응용경제학원 교수

Q.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개된 ‘정부업무보고’와 ‘14차 5개년 규획’ 등에서 한국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A. 중국 경제는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 중국 정부나 연구자들의 공통 인식이다. 전인대에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가 6%라고 발표됐는 데 중국 학자들마저도 이를 보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국 경제성장에 관해 속도보다는 질적 향상을 요구하고 있고 어쨌든 중국 경제는 점차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14차 5개년 규획의 경우 구체적인 성장률 목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2035년까지는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국내총생산(GDP)를 현재의 두 배로 성장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연간 평균 4.7%의 성장률이 필요한데 이는 쉽게 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경제업무의 출발점은 질적 성장이다. 즉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며 중미 경쟁으로 인해 초래된 두 개의 핵심 기술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나는 ‘목을 조르는(cutthroat)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비장의(one’s trump card)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기초연구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14·5규획을 통해 국제·국내 쌍순환으로 향후 5년동안 국내 시장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국제시장 개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한 기업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른바 대순환은 국내시장 개척을, 쌍순환은 국제시장 개척이라고 하면서 두개 시장을 동시에 개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Q. 한중 경제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A. 한국의 우선 관심사는 중국시장이 계속 확대 개방될 것인가, 한국의 상품과 문화콘텐츠가 계속 중국에 진입할 수 있을까인 데 내가 인식하기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사례로 한국 화장품을 들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4억명이고 향후 5년간 5억명, 15년 후에는 8억명으로 두 배로 늘어난다. 빠르게 증가하는 중산층은 생활의 질적 성장에 대한 요구를 점차 높일 것이다. 즉 건강, 미용, 피부 산업 등에서 한국의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한국에는 그외에도 휴대폰 같이 경쟁력있는 제품이 많다.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제품이 이미 경쟁력을 키워 삼성 등 한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다. 듣기로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에서 휴대폰을 점차 포기하고 대신 LED 산업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전략은 이롭지 않다고 보인다. 통신단말기산업은 유망 산업이기 때문이다.

LED 산업을 중국도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목을 조르는 기술’에는 LED 디스플레이도 포함돼 있다. 한국의 LED 디스플레이는 세계적 선두고 중국의 많은 텔레비전이 한국의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면서 한국과 강한 경쟁 상태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중국시장 진출 문제도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중국의 문화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춘제(중국의 설날) 기간에 호전됐지만 아직 최고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온라인 콘텐츠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 부분에 서 앞서 있는 상황이다.

Q. 중국이 최근 ‘백신 여권’을 내놓았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A. 한국은 중국인의 한국관광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의 유학생과 관광객은 한국경제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로 한국에 가는 관광객이 매우 적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국제여권 건강증명서(백신여권)’을 추진하고 있는데 다소나마 중국인의 출입국에 편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추진중인 백신여권은 좋은 소식이다. 한국의 방역이 좀더 잘돼 중국의 여행객과 유학생이 한국에 편리하게 갈 수 있기를 바란다.

Q.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되나.

A. 향후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해 우리는 3가지 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협력과 경쟁, 그리고 미국측 동맹이다. 중미 협력에 대해서는 리커창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바 있다. 개인적인 입장은 미국에서 규칙이 있는 경쟁과 우호적인 경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환영한다. 규칙도 없는 게임에 중국은 더이상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경쟁의 영역은 하이테크, 지식재산권 등 미국이 우세한 분야를 포괄한다. 예를 들면 5세대(5G) 이동통신, 우주항공 등이 있다. 미국은 아직 세부적인 경쟁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았고 우호적인 경쟁환경도 만들지 못했다.

중국의 요구는 미국이 제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고율관세 부과 이전의 상태나 또는 중미 제1단계 무역합의 때로 말이다. 중국은 약속을 지키는 경쟁을 원한다.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과의 공동 대응은 실현되기가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냉전시기도 아니고 각자 이익이 읽혀 있어 통일전선 목표, 강령 등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Q. 미중 양국이 오는 18일 알래스카에서 고위급 회담을 예고했다.



A. 리커창 총리가 강조했듯이 중국의 핵심 이익은 대만,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열도’), 남해(일반적으로 ‘남중국해’) 문제다. 이 핵심이익을 중국은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경제·무역 문제를 외교 문제화 하고 게임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며 중국의 핵심이익을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은 현재 미국 신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중이다. 만약 트럼프 때와 같다다면 중국은 아무것도 협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3대 핵심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중국과 대립, 적대시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무력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홍콩이나 신장, 시짱(티베트) 등도 중국의 핵심이익이다. 미국은 줄곧 이런 문제로 중국을 공격해왔다. 물론 이들 문제로 미국이 전쟁을 발동하는데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만, 조어도, 남해 문제로는 전쟁발생 가능성이 있다. 홍콩 문제를 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제재를 가했는데 중국도 반격했다. 현재의 인적교류와 관세 등 손실은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발전 전략에서 핵심이익은 최고의 존재다.

홍콩은 과거에는 국제 금융·물류의 중심이었는데 현재 지위가 하락한 상태다. 이미 쇼핑의 천국도 아니고 중국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점차 작아지고 있다. 아마 종국에는 일반적인 상업도시로 변할 것이다.

왕원 연구원장 /최수문기자


■왕원 충양금융연구원 원장

Q. 이번 양회 발표에서 한국은 어떤 점에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A. 코로나19가 중국에서는 통제되고 있으며 중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향후 5년 동안 5.5~6%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고 이런 성장 속도라면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에는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소비시장은 내년에 미국을 넘어설 듯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국은 가장 큰 소비시장, 가장 큰 투자시장이 됐다. 외국인 투자를 가장 많이 빨아들이고 있는데 한국으로 놓고 봐도 최대 흡인력을 갖고 있다.

앞으로 국내·외 쌍순환을 위주로 아시아 일체화 속도를 가속화 할 것이다. 아시아 일체화는 RCEP, 중일한 FTA 추진이 포함된다. 중국은 더욱 개방될 것이고 이는 금융, 인적 자원, 투자, 산업의 개방을 포함한다. 이들은 중한 간의 협력과 인력왕래를 더욱 밀접하게 할 것이다.

Q. 한중 간의 협력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A. 중한 관계는 더욱 친밀해지고 헤어질 수 없는 이웃으로서 더욱 더 일체화 될 것이다. 중한 간의 경제 협력, 과학기술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한국을 필요로 하고 한국도 중국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쇠락은 필연적 추세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미래’인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

중국에는 14억 인구의 시장이 있다. 비록 적지 않은 문제가 있고 전체적으로 아직 개방도상국으로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50달러) 이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중국을 개발하러 오는 한국기업의 투자를 열렬히 환영한다. 중국은 한국의 경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중한 협력 분야는 첫째, 하이테크다. 한국의 전자·반도체 등 세계적인 수준이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 있다. 상호 협력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 둘째 자동차, 사회서비스고 세째는 실버산업이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명으로 노령화는 상당히 심각하고 실버산업은 아직 발달되지 않았다. 한국은 실버산업에서 더 선진적인 이념과 더 나은 경험을 갖고 있어 광범위한 협력 공간이 존재한다.

Q.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되나.

A. 미국의 과거 4년간의 대중 억제정책은 실패했다. 중미 무역전쟁과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억제도 모두 실패했다. 2년여 무역전쟁 결과에도 중미 간의 무역액은 증가했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도 늘어났다. 과학기술 전쟁으로 봐도 화웨이, 틱톡 등이 타격을 받았지만 여전히 망한 중국 회사는 하나도 없다. 미국의 힘은 한계에 다다랐다.

미국의 대중 정책의 실패 후 중국으로 보면 자신감이 커졌고 전략적 파워가 더 세졌다. 바이든 정부도 중국에 대한 억제 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트럼프 때 보다 더 영리하게 대응할 듯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더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중국은 최악의 상황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굴기를 억누를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게 됐고 중국의 발전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곧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다. 2025년과 2030년 사이에 중국의 GDP는 미국을 넘어서고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저지할 능력이 없게 된다. 중미 간의 장기간의 긴장관계는 필연적이고 일상적인 상태가 될 것이다. 다만 전쟁이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고 신냉전이 다시 도래하지도 않을 듯하다.

향후 중미는 장기적인 협력과 경쟁이 병존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경쟁은 무역·과학기술·경제·투자·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에서, 협력은 기후변화·테러대응·녹색금융 등에서 나타날 것이다.

Q. 미중 양국의 오는 18일 알래스카에서 고위급 회담을 전망하면 어떻나

A. 18일 중미 장관급 회담은 바이든 정부와의 첫 중미 ‘전략대화’로서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입장은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중국의 주권 한계선인 신장, 홍콩, 시짱, 남해 등에서 도전받고 있는데 중국은 물러설 곳이 없다.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은 계속 이러한 입장을 주장하고 미국에게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며 미국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전달할 것이다.

대신 중국은 적극적으로 미국에 협력을 제안할 것이다. 협력공간은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백신, 경제회복, 무역전쟁이 남긴 문제들, 기후변화 등이 있다. 회담에서 중국은 주권을 수호하려는 결심을 강조하고 동시에 협력을 확대할 의사를 계속해서 표명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의 게임에 자신이 있다. 갈등의 주요 책임은 미국에 있고 태도를 바꿔야 하는 나라도 미국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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