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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큰데 차명거래 조사 빠져..."檢수사·감사 병행해야" [LH 투기조사]

■합동조사 실효성 의문

현미경 검증 필요하지만 친인척 등 대상서 제외 많아

소극 조사로 빙산의 일각만 확인하고 종결 가능성 커

시흥 땅 30% 서울서 매입 "광범위한 투기 조사 필요"





정부 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8곳에 대해 주변을 포함해 최대 5년 전 거래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직원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토지 거래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는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현재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에는 공무원뿐 아니라 정치인 등의 투기 의혹 제보가 대거 접수되고 있는데 정부는 조사 범위를 극히 한정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흥지구의 투기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광명·시흥시 토지 거래에서 서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에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10건 중 3건이 외지인인 서울 주민이 매입한 것이다.

◇투기 의혹 조사, 결국 ‘용두사미’되나=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조사 주체 기관은 직원의 개인 정보는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직원과 세대가 분리된 친인척의 경우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이번 조사 대상에서 배제된다.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는 조사 대상에 넣을 수 없는 것이다. SH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불거진 후 4일부터 자체 조사 계획을 세웠지만 그 대상은 직원 본인과 동일 세대 내 가족으로 한정했다.

직원의 직계 존비속으로부터 동의서를 제출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조사를 할 수 있을지도 현재 불명확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분리돼 있는 직계 존비속의 경우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동의서와 기본 데이터를 감사실에 전달한 후 감사실이 가진 다른 권한을 통해 조사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합동조사단의 ‘셀프 조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차명 투기 의혹 등을 ‘현미경 검증’해야 하는데 합동조사단의 조사 망이 촘촘하지 못해 빙산의 일각만 확인하고 조사를 종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검찰 수사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H 직원 등이 증거인멸을 하기 전에 압수 수색,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증거를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을 처음 공론화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병행돼야 한다”며 “비밀 정보 활용이나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조사하는 것은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와 소극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흥 땅, 외지인 대거 매입했다=이런 가운데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광명·시흥지구에 대한 투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통계를 보면 LH 직원들이 광명·시흥에서 땅을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 일대 토지 거래 시장이 들썩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시스템에 등재된 광명시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2,520필지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 거래량은 매매뿐 아니라 증여·교환 등을 포함한 수치다.

시흥시 순수토지 거래량은 2017년 9,243필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 8,111필지, 2019년 8,246필지, 2020년 7,352필지로 거래량이 감소세를 나타냈지만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LH 직원들의 첫 토지 매매가 이뤄진 시점은 2017년 8월(광명시 옥길동 밭)이었다. 당시 거래된 광명시 전체 순수토지는 138필지로 전월(78필지)보다 거래량이 76.9% 증가했다.

광명과 시흥시 토지 거래에서 서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모두 2018년에 가장 높았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해였다. 그해 광명은 전체 토지 거래량 1,665필지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거래가 33.1%(551필지)에 달했다.시흥은 2018년 전체 토지 거래량 8,111필지의 24.4%(1,980필지)를 서울 거주자가 차지했다. 그해 3월에는 서울 시민의 시흥 토지 거래 비중이 31.2%까지 치솟으면서 월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은 광명이 3필지 가운데 1필지, 시흥이 4필지 중 1필지꼴로 서울 거주자의 거래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 수치를 살펴보면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광범위한 투기가 이뤄졌다고 보여진다”며 “이 가운데 불법 의혹이 있는 매매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사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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