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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로 전승된 '말뚝이'

[문화재의 뒤안길]

신분제 신랄한 비판...풍자·해학 담아 민초 대변

말뚝이의 춤. /사진 제공=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크게 뚫린 눈, 흰 눈썹, 입가에 흰 점이 가득한 검은 얼굴. 패랭이를 쓰고 채찍을 든 ‘말뚝이’가 양반 삼 형제를 인도하며 등장해 소리친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옥당(玉堂)을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낸 퇴로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시지들 마시오. ‘개잘양(개가죽 방석)’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 제6과장의 연희 모습이다. 제6과장 주인공 ‘말뚝이’의 이름은 ‘말뚝벙거지’를 머리에 쓰고, 양반이 타는 말을 다루는 사람인 ‘말구종’이 말고삐를 잡고 다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말뚝이 캐릭터는 봉산탈춤 외에도 산대놀이·오광대·동래야류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면극에 등장한다. 북청사자놀음의 '꼭쇠(꺽쇠)'와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초랭이’도 비슷한 역할이지만 신랄한 독설을 쏟아부으며 양반을 조롱하고 신분제를 부정하는 역할은 말뚝이가 단연 돋보인다. 산대놀이 구경에 빠진 양반들의 임시 거처를 쇠뚝이(소몰이꾼)와 함께 돼지우리로 정하거나, 시조 짓기와 파자(破字) 놀이로 양반들을 조롱하고, 대부인과 사통(私通)하였다며 양반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한다.



양반들과 함께 선 말뚝이. /사진 제공=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말뚝이의 신랄한 독설은 양반의 무능과 부패, 허위의식에 대한 ‘풍자’와 신분제 같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민중 의식’에 해학적 요소까지 담고 있다. 말뚝이의 야유와 모욕에 제대로 대응 못하는 양반을 보며 서민들은 속이 후련했을 것이다.

민초들의 대변자로 풍자와 해학을 담아 현실의 부조리를 맘껏 비판하는 말뚝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수영야류·강령탈춤·가산오광대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말뚝이의 생명력은 해당 종목 전승자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유지되고 있다. /한나래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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