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공공기관, 이제는 정말 파티를 끝내자

◆서일범 경제부 차장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3년 11월.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였던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전력·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개 공공기관 사장을 서울 은행회관에 불러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파티는 끝났다(party is over).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쏘아붙였다. 박근혜 정부 내내 이어진 공공기관 혁신의 서막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1년. 공공기관 혁신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낙제점에 가깝다. 끝인 줄 알았던 파티가 다시 시작했다고 좋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경우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43.4%까지 끌어내렸던 부채비율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91.8%까지 치솟았다. 탈원전 정책 등을 무리하게 이행하다 건전성이 망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전뿐만이 아니다. 국내 전체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5조 4,000억 원에 달했으나 2019년에는 6,000억 원 흑자에 그쳤고 지난해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는 사이 몸집은 비대해져 31만 4,215명(2015년)이던 총임직원이 지난해 말 42만 2,455명으로 25% 넘게 증가했다. 공기업 평균 연봉은 2019년 현재 7,941만 원에 달한다. 사기업이라면 진작에 구조조정의 찬바람이 불고도 남았을 성적이지만 임금을 삭감한다거나 직원을 줄이겠다는 공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공기업 평가 업무를 맡았던 한 기재부 출신 관료는 이를 두고 “정권 창출에 공공 노조의 공(功)이 크다 보니 구조조정은 언감생심이고 정부가 노조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표’ 정책을 이어받을 수 없다는 반감도 작용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성과 달성의 압박도 없고 목이 달아날 위험도 없는 ‘신의 직장’이 만들어낸 결과는 끔찍하다. 평균 연봉 8,100만 원을 받는 LH 직원 13명은 노후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수백억 원을 투자해 신도시 후보지에 땅을 사들이고 지분을 쪼개고 묘목을 심어놓았다. 지역사회에서 토지 보상 권한을 앞세워 ‘갑’ 대접을 받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직업윤리도 함께 흐릿해진 결과일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모럴해저드를 감시할 기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가 책임이 있는 기재부는 지난해 LH의 경영 성과가 우수하다면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줬다. 심지어 LH는 자신들의 윤리점수가 매년 오르고 있다며 근거도 없는 자화자찬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파티의 흥을 깨는 역할을 맡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기재부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파티를 멈출 때가 됐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