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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재단이 키운 괴물 루키 "저도 누군가의 꿈 도와야죠"

'KPGA 데뷔 눈앞' 돌풍의 김민규

조력자 없어 꿈 못펴던 초등생

이경훈 코치와 만나 실력 만개

작년부터 최경주재단 후원자로

"美서 5~6승 올려 더 지원할 것"

개구쟁이처럼 모자를 돌려 쓴 김민규(오른쪽)가 이경훈 코치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아이의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남들 다 있는 ‘프로님(코치)’이 없었다. 그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아이는 대회가 끝난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아저씨가 다가와 물었다. “너, 아빠한테 혼났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프로님이 있으면 잘 칠 텐데….” “그래? 아저씨 프로인데 골프 가르쳐줄까?” “정말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이는 이제 듬직한 청년이 됐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하는 김민규(20·CJ대한통운)와 당시 최경주재단에서 골프단 단장 역할을 하며 그를 꿈나무로 선발한 이경훈(52) 코치의 이야기다.

최근 두 사람을 제주 사이프러스 컨트리 클럽의 동계 캠프에서 만났다. 김민규는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말리고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는 개구쟁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골프 경력은 나이답지 않다. 그가 골프채를 잡은 건 7세 때다. “여행업을 하면서 골프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프로 골퍼가 돼라”고 했단다. 최경주재단의 꿈나무로 뽑히기 전까지 아버지한테 골프를 배웠다. 당시 김민규를 눈여겨봤던 이 코치는 “민규는 자기 느낌대로 골프를 치는 능력이 특출했다”고 회상했다.

2018년 유러피언 챌린지 투어 D+D 레알 체코 챌린지 우승컵을 든 김민규가 아버지(맨 오른쪽), 대회 관계자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민규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우자 김민규의 실력은 쑥쑥 좋아졌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5년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17년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유럽으로 날아갔다. 유럽프로골프 3부 투어부터 시작했다.

유럽 투어는 바닷가 링크스 코스처럼 거칠다.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시작해 중동을 거쳐 위로는 스웨덴이나 핀란드까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을 아우르며 연간 15~20개 국가를 돌아다닌다. 2부나 3부 투어는 상금이 훨씬 적은 데다 환경도 열악하다. 선수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투어”라고 말한다.



김민규는 “컷을 통과하지 못한 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 시골의 허름한 방에 혼자 있을 때가 가장 외롭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2018년 5월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 D+D 레알 체코 챌린지 대회에서 17세 64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유럽 챌린지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이었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는 약간 저를 무시하는 분위기였어요. 한국은커녕 아시아 선수가 저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우승을 하니까 먼저 ‘MK’라고 불러주면서 인사도 하고 대우를 해주더라고요. 확실히 프로 세계에서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챌린지 투어에서 어렵게 뛰던 동료 2~3명과는 지금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김민규는 “시야가 넓어진 게 가장 큰 배움이다. 배짱도 얻었다”며 “이젠 어딜 가도 버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규는 “올해 말 미국에 도전하겠다”며 “그곳에서 성공을 거둬 남을 돕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KPGA


유럽 무대를 차근차근 다지던 김민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KPGA 투어에 도전했다. 월요 예선을 거쳐 참가한 군산CC 오픈과 KPGA 오픈에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7개 대회에 참가해 상금 순위 22위로 2021시즌 시드를 획득, 본격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민규는 “작년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며 “이번 동계 훈련 기간 쇼트 게임과 퍼트를 보완하고 있다. 올해는 일단 첫 우승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고 루키 시즌의 각오를 밝혔다. 이 코치는 “가진 재능을 다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중간에 추락하는 선수들이 숱하게 많다”며 “골프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처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인성을 가지도록 조언을 하는 게 지도자의 더 큰 역할”이라고 했다. 이 코치는 김민규 외에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인 최혜진(22),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김세영(28) 등과도 함께하고 있다.

김민규는 올해 말에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미국 무대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곳에서 5승 정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제가 최경주재단의 도움을 받았잖아요. 제 골프도 중요하지만 남들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것도 보람 있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미국에서 5~6승 정도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말에 힘이 생기니까요.” 프로님이 없어 의기소침해 하던 소년은 이미 지난해부터 최경주재단의 새로운 후원자가 됐다.

/제주=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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