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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부터 다듀까지...“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saveourstages)’

음악인 이성수·윤종수 변호사, 공연장 돕기 위한 온라인 유료공연 개최

"문화 근간 무너지면 타격 오래 가...공연장들 버틸 시간 주기 위해 기획"


“팬데믹이 끝나면 공연할 곳이 있겠지 생각했지만 아니더군요. 한번 사라진 공연장을 되살리려면 기저에 깔린 공연문화까지 새롭게 다져야 해서 오랜 시간이 걸려요. 문화의 근간이 무너지면 타격이 오래가죠. 무대가 사라진 곳에서 새롭게 사업을 하겠다고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밴드 해리빅버튼 멤버 이성수)

“무대를 지켜야 한다는 건 관객 입장에서도 중요한 거예요. 공연장은 ‘관객의 무대’이기도 한데, 뮤지션과 교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는 건 관객으로서도 슬픈 얘깁니다” (윤종수 변호사·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윤종수(왼쪽) 변호사와 밴드 ‘해리빅버튼’의 멤버 이성수. 두 사람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1년 넘게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할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대중음악계라고 예외를 두지 않았고, 오프라인 공연이 막힌 공연장들의 타격이 그 중에서도 컸다. 브이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다른 공연장들도 힘들게 버티는 상황. 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주기 위해 음악 팬과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준비한 행사가 오는 8~14일 열리는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다. 행사를 총괄하는 두 사람을 최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만났다.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외환위기 때 ‘은행이 망해?’ 하다가 도산하는 걸 본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성수가 코로나19 사태 속에 공연장이 잇따라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1월 초 페이스북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게 시작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공연장 관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그는 “뮤지션들은 어려운 와중에도 음악을 만들고 작업할 재능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지만 공연장은 한 번 문을 닫으면 재건하기 쉽지 않다”며 “어느 순간 폐업 소식이 계속 들려올 생각에 암담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동명의 프로젝트를 보고 평소 친분이 두터운 윤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윤 변호사도 공연장을 즐겨 찾던 오랜 음악 팬이었고, 두 사람은 팬과 뮤지션 관계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은 터. 정부가 공연장에 법적, 경제적 지원을 했던 미국의 프로젝트처럼 한국도 할 수 없을까. 윤 변호사는 여러 가지를 찾아보던 중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고민을 하던 중 온라인 공연 송출 스타트업인 ‘프리젠티드 라이브’의 대표를 만났고, 온라인으로 유료 공연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는 “공연장의 상황을 알리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버틸 시간을 주자’는 생각이었다”며 “기왕이면 관객, 뮤지션 모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는데,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알리는 호소문을 띄웠다. 온라인 공연을 하자고 생각한 지 하룻밤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끄는 사단법인 코드를 통해 각종 비용처리, 후원, 티켓판매 등 공연의 총괄 준비를 맡았다. 그리고 롤링홀,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 등 5개 공연장에 대관비를 주고 비대면 공연을 하기로 했다. 매일의 수입·지출은 홈페이지에 블록체인 형태로 공개했다.



올해로 개관 26주년을 맞은 서울 마포구 롤링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막히면서 많은 공연장들이 어려움에 처했고 문을 닫은 곳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뮤지션의 섭외 등 음악적인 면은 이성수가 담당했다. 그는 직접 메일을 보내 섭외에 들어갔다. 취지에 공감해서 받는 돈을 그대로 후원하겠다는 뮤지션도, 다른 일정이 있어도 꼭 하겠다는 뮤지션도 있었다. 섭외한 팀만 크라잉넛, 노브레인, 브로콜리너마저, 잔나비 등 밴드와 다이나믹 듀오, 화나, 뱃사공, DJ D.O.C. 등 힙합 뮤지션들까지 총 67개에 이른다. 큰 페스티벌들도 섭외에 몇 달이 걸리는데, 이 모든 게 한 달 남짓 만에 이뤄졌다. 두 사람 모두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무대의 소중함, 애정 등에 공감하며 열심히 해 주신다”고 돌아봤다.

공연의 수익금은 모두 공연장 대관비와 아티스트·스태프 사례비 등에 쓰일 예정이다. 여유가 있으면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성수는 “이 프로젝트 자체는 실패 여부를 논할 게 아니다”며 “잘 마무리한다면 다른 분들도 이 행사를 보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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