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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대파·양파·달걀 샀는데 2만원…장바구니 휜다

농축수산물 값 상승 2011년 이후 가장 높아

金값 된 대파 직접 키워 먹는 ‘파테크’ 등장

국제유가도 63달러로 2년 만에 최고 수준

인플레이션에 애그플레이션까지 우려 나와

뒷북경제




지난 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H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놀랐습니다. 대파 한 단 가격에 6,980원, 양파 대(大)자 한 망 가격은 8,780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평소 주로 사먹었던 무항생제 달걀 15개입은 8,500원. 할인 행사 중인 달걀은 모두 팔려나가고 없었습니다. 요리하는데 꼭 필요한 대파, 양파, 달걀만 담았는데도 2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최근에 채소 값이 많이 오른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장보기가 겁날 정도였습니다.

특히 대파 가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3,000원대 수준이었는데 7,000원에서 비싼 곳은 1만원까지 올랐습니다. 무섭게 오른 대파 가격에 정육점은 고기를 사면 덤으로 얹어주던 파채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파를 직접 키워먹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인기입니다. 대파를 직접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의미로 ‘파테크’라는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마트에서 체감한 물가는 통계로도 드러났습니다. 최근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를 기록하면서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은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2% 급등했는데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큰 상승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6,980원에 팔고 있다. / 사진=조지원 기자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파(227.5%), 사과(55.2%), 달걀(41.7%)의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한파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작황 부진이 발생한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마저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설 명절까지 겹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어올랐다는 설명입니다. 농축수산물 뿐 아니라 집세도 0.9% 상승으로 2018년 3월(0.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안에서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는데 밖에서는 국제유가가 날고 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4.2%(2.55달러) 오른 63.83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30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가 소폭 증산하기로 결정한 직후 벌어진 일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와 수출입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4.88로 전월 대비 0.9% 오르면서 2017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1월 수입물가 역시 전월 대비 2.8% 오르면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원유(10.2%), 유연탄(10.9%) 프로판가스(22.5%) 등 제품의 오름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마트에서 양파를 팔고 있다. / 사진=조지원 기자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물가 뿐 아니라 생산자물가와 수출입물가 등 3대 물가지표가 동시에 뛰어오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 물가 상승 압력 속에서 코로나19 대응 중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량 가격 오름세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도 거론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백신 보급 이후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24%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확대, 수요 회복, 원자재 가격 상승, 애그플레이션 가능성, 환경비용 증가 등을 인플레이션 발생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진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시기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 뒤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예측은 가능하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기적 상승 요인이 있지만 1%대 물가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향후 경기 회복세는 코로나19 진정세와 백신 보급,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3%로 0.3%포인트 올렸습니다. 국제 유가 상승 등 공급 측면을 반영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을 조심하자는 분위기 변화가 감지됩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수급 여건 악화와 석유류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충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 물가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백신 효과에 따른 총수요 압력까지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겨울대파 작황이 회복되고 있고 수입량이 늘고 있어 대파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차츰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접종으로 억눌린 수요가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펜트업(pent-up)’ 효과가 발생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당분간 물가 관련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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