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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생명이 먼저인가 윤리가 먼저인가

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가 말하는

생명과 정의에 관한 79개의 딜레마

인간생명과 사회정의 무엇이 우선인가

사회적 공감대 구축이 필요한 시기





드라마 흥행의 성공에 빠지지 않는 공식이 하나 있다. 출생의 비밀이다. 성장할 때까지 친 부모로 알고 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고뇌와 방황 끝에 극적인 성공에 이르는 그런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다 못해 ‘뻔한’ 레퍼토리에 빨려 드는 이유는 피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운명과 소유 공동체를 전제로 한 정서적 믿음이 산산이 깨지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주인공은 그동안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트라우마를 겪게 되니 알듯 모를듯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병원에서 친자 관계가 뒤늦게 바뀌면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된다. 이를테면 생물학적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자녀가 병든 부모에게 장기 기능이 가능하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내팽개쳐버릴 수도 있다. 의사는 이 사실을 자녀에게 알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순간에 의사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의사를 향한 믿음은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 중 특별히 ‘의사 선생님’이라고 깎듯이 호칭을 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사에게 윤리와 도덕적 책임이 막중할 뿐 아니라,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 사람들에게 의사는 목숨을 살려줄 수 있는 절대적 존재로 비쳐지기도 한다.



최근 인권, 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학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백신 등 의학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면서 의료와 윤리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게다가 첨단의학의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의료계에서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접종, 치료의 우선순위, 진료하는 의사와 환자의 권리 등에 대한 미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윤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제이콥 M. 애팰이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면서 겪었던 이 같은 문제를 담은 책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한빛비즈 펴냄)’가 번역출간됐다. 책은 ‘생명’과 ‘정의’에 관한 79개의 딜레마를 소개한다. ‘바이러스 보균자를 강제 격리해야 할까’와 같은 낯설지 않은 문제를 비롯해 ‘살인자가 의사가 된다면?’ ‘의사가 고문 행위에 참여해도 될까?’ ‘DNA 수사가 사생활 침해인가요?’ 등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소개했다.

책은 의학의 발전과 인권 그리고 사생활이 얽혀 새로운 딜레마가 속출하는 현실에서 무엇부터 따져 봐야 할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우리 앞에 어떤 난제가 벌어질지 모를 노릇인 만큼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딜레마에 대해 이제 우리도 사회적인 관심은 물론 전문가 및 일반인들의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장선화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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