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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AA보다는 A급 회사채"…평균경쟁률 10대1로 쑥

AA급 금리 역대 최저에

가격 싼 A급으로 눈 돌려





지난 2월 5일 한화의 회사채 1,000억 원 발행에 1조 1,150억 원의 돈이 몰렸다. 신용등급이 A라 높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A급 기업의 회사채는 요즘 시장에서 가장 뜨고 있는 투자자산 중 하나다. 안정성과 금리 메리트를 모두 갖춰서다.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월 A급 기업 8곳의 회사채 발행에서 평균 경쟁률은 10.2 대 1에 달했다. 1조 1,2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몰린 돈만 6조 8,390억 원이었다. A0급인 SK렌터카는 980억 원 발행에 7,77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와 15.5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솔제지도 12.07 대 1의 경쟁률로 1,000억 원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3,000억 원 모집에 10억 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한솔케미칼과 포스코건설은 수요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시장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보유한 현금으로 만기 도래한 사채들을 상환하기도 했다.

"A급 회사채 서러운 시절 지났다"…장단기 금리차에도 자금조달 훈풍

국채금리 급등에 AA급 인기 시들금리차 따른 수익실현 수요 몰려

지난해 8,600억원 순상환여파…"A급 올 역대 최대 수준 발행 예상"

찬밥 신세였던 A급 회사채가 2월부터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경기 회복 가능성으로 안정성은 높아진 반면 AA급 회사채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국채 대비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를 담아도 오히려 수익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A급 회사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A급 회사채가 서러운 시대는 갔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걸핏하면 미매각돼 발행·주관사를 괴롭혔던 A급 회사채에 대한 분위기가 올 들어 반전된 것이다. 투자자들은 AA급 이상의 회사채보다 A급 회사채를 더 선호할 정도다.



주목해야 할 점은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는데도 A급 기업 회사채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국고채의 장단기 금리 차가 커지면 회사채 시장에는 악재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은 회사채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절대적인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의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 수요가 국채로 몰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장단기 금리 차(10년물-3년물의 금리 차,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6일 94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11년 1월 19일(93bp) 이후 최대다. 이와 반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의 여파로 자금 시장이 출렁인 지난해 4월 약 67bp까지 치솟았던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는(국채와의 금리 차, AA+등급 3년물 기준) 지난해 말 35bp 선까지 떨어진 후 이달 20bp 선을 오가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채보다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를 담으면서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AA+등급 3년물 회사채와 10년물 국고채를 비슷한 물건으로 평가한다. 채권 중에서도 유동성이 높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는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대상으로 꼽히면서다. 그러나 최근 국채 10년물 금리가 월등히 높아지면서 회사채에 대한 시장 수요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AA+등급 우량 회사채의 금리가 연초에 크게 오르면서 추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국채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1월에 대부분의 AA+ 기업들이 민평 금리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과 달리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6bp)와 삼성증권(+8bp) 등 대다수 AA+등급 회사채들은 민평 금리보다 높게 발행 금리를 결정했다. 우량 회사채가 주춤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저신용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회사채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기피가 심화된 후 지금까지 회복이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가격 메리트가 높다. 이런 분위기는 A급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만 한솔케미칼(A), 코웨이(A+), HDC현대ET(A+), HDC현대산업개발(A+), 두산인프라코어(BBB) 등 많은 저신용 기업들이 오랜만에 시장을 찾아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수요가 일부 금리가 높은 A등급 회사채로 향하는 분위기"라며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이제껏 하향 일색이던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상향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풀이했다.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돼도 A등급 이하의 낮은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A등급 회사채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A등급 회사채 발행량은 전년 대비 5.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A-등급과 BBB+등급 회사채가 8,600억 원가량 순상환되면서 현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이 올해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크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올해 회사채 발행 여건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면서 “2월의 발행 추이를 볼 때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발행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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