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韓, 사법 영역 넘어 외교로 '한일대립' 악순환 끝내야"

[한일관계 복원 더이상 미룰수 없다]

<상> '최악 관계' 해법 시급

헌법 구조상 피해자 승소 판결 계속 나올 수밖에 없어

물질적 배상 영구 포기로 '한일충돌' 돌파구 마련 필요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에 남은 출연금 활용 모색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26일 신임 주한 일본 대사로 부임한 아이보시 고이치 대사는 우리 외교부에 신임장을 제출하면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최종건 1차관을 만나 강제징용 판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판결 등과 관련해 각자의 입장만 전달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22일 부임한 강창일 주일 대사의 처지는 더 딱하다. 강 대사는 부임과 동시에 나루히토 일왕에게 ‘천황폐하’라는 호칭까지 썼지만 벌써 한 달 넘게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지 못했다. 9일 취임한 정 장관 역시 미국·중국 외교 장관들과는 재빨리 통화를 하면서도 모테기 외무상과는 아직까지 연락하지 않았다. 겉으로만 관계 개선을 외치며 실제로는 소극적인 움직임만 보이는 양국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더 이상의 충돌을 이어가기보다 배상금 등 금전적 배상 문제 등을 우선 매듭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정 장관 등은 ‘과거사와 현안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이 있는 외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답이 우선’이라는 원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도 이를 고려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미 대화 성사 등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우리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관련 소송 재판에서 배상금으로 계산된 돈을 다 합쳐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일본이 안 주려고 하면 뜯어올 방법도 없고 당해내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93년 3월 김영삼 정부가 일본에 물질적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해 8월 고노 요헤이 관방 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는데 그런 도덕적 우위 방식이 우리 입장에서 멋있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지금의 방식은 한일 관계는 관계대로 망가지면서 실익도 없고 국제적인 시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는 액수 자체도 크지 않은 데다 강제적으로 받아낼 가능성도 전혀 없는 금전적 배상을 과감하게 영구 포기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사법부는 구조적으로 피해자들의 배상 승소 판결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의 판결을 막기 위한 입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과거사와 관련해 추후에라도 또 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길 경우 양국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만 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나아가 우리가 요구하는 ‘진심을 담은 반성’에 대해 국제사회 또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법원에서 확정된 강제징용 판결에 관해서는 재단을 설립해 돈을 지급하자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안이나 정부가 기금으로 선지급해주는 ‘대위변제’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위안부 피해자 판결의 경우 2015년에 한일 정부가 체결한 합의를 존중하는 선에서 매듭짓고 화해·치유재단에 남겨진 출연금(약 60억 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강 대사도 지난달 이 출연금을 양국 정부의 기금에 합치자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현재 소송이 수십 건 걸려 있는데 일본은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이 문제를 법제화해달라는 것”이라며 “일본도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국가인데 이미 나온 사법부 판결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안다. 이미 나온 판결로 현금화 작업이 시작되면 24시간 내에 이 금액을 보전해달라는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한일 관계 회복이 당장 급한 문제도 아닐뿐더러 이미 바이든 당시 부통령 주도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끌어낸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입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주장 역시 제기됐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일본군 위안부 ICJ 회부 촉구 결의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한 것은 좋지 않은 결정”이라며 “양국이 승복할 가능성도 없고 할머니들 다 돌아가신 뒤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입법 등 실질적인 한일 관계 개선책 마련을 위해서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대통령이 국익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그게 결여되다 보니 몇 년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일본은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각각 앞두고 있어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는 “일본은 명확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그냥 만나서 관계를 개선하자는 식으로 명분 쌓기만 하고 있다”며 “국내 정치적 목적과 미국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목적만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