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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속없는 親勞 드라이브…정치에 휘둘려 사회적 대화도 '공회전'

노동전문가, 文정부에 쓴소리-노조법 개정의 후폭풍

법 규정 모호…해고·실직자 노조 활동 범위 불명확

한노총, 선거 앞두고 노동복지정책 등 요구 가능성도

'코로나發 구조조정' 현실화땐 첨예한 대립 불가피





국내 대표 노사 관계 전문가들이 올해 노사 갈등이 예년보다 더 첨예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더욱 친노(親勞)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거여(巨與)는 민주노총의 숙원 사업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을 노사 합의 없이 밀어붙였다. 중대재해법도 노사 협의 없이 제정했다. 노사 갈등의 완충재 역할을 해야 할 사회적 대화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시각을 정부와 여당이 스스로 앞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고·실직자 노조 가입 허용에 활동 범위까지 애매하게 바꾼 여당…혼란은 ‘기업 몫'=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노사 갈등을 겪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고자 노조 가입 자격 제한 조항은 일부 기업에서 사용자가 투쟁적인 노조 간부를 징계 해고하는 등 악용되기도 했고 노조 간부나 조합원에 대한 해고는 복직 투쟁과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신청, 소송 등으로 비화됐다”며 “앞으로 해고자의 노조 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노조에 해고자가 있다면 노사관계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거치지 않고 현장 기업 노사 간의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해고자·실직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해 ‘비종사자 조합원’이 되면 개별 기업 노사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법 규정이 매우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해고자는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하려고 할 테니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를 놓고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비종사자 조합원’의 활동 범위를 노사 합의로 정하도록 법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고쳤다. 이 부분이 법적 쟁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정 노조법이 중소기업계와 공공 부문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은 “대기업은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기업은 사실상 ‘외부인’이 회사의 노무 관계에 직접 관여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의 개정으로 퇴직 공무원, 퇴직 교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데 노조가 고령화돼 퇴직 후 정책을 주시할 것이고 공공 부문 단결권도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로서도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었기 때문에 협약 개정을 노조에 요구하며 반격할 수 있다.

◇코로나19발 구조조정에 정치 변수…사회적 대화는 삐걱=노조법 외의 갈등 요소도 산적해 있다. 우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조조정 이슈가 본격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은 단결권과 교섭권의 문제이지만 구조조정은 일자리 자체의 문제여서 더욱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현장에서의 노사 관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중앙 단위의 노사 조직에서 정책을 협의해 관리해야 하지만 정권 말기 갈등 관리가 될지는 의문이다.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로 내년 대통령·지방선거 전부터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노총이 민주당과 정책 연대를 맺는 등 노사 단체가 정치권과 긴밀해지는 시점이 조기에 형성되는 셈이다. 각 단체가 정치권과 연계해 노동법 개정, 사회 안전망, 노동 복지 정책 등을 경쟁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로 갈등을 관리해야 할 사회적 대화가 공회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총은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노사 이해에 직접적인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가 사실상 재계를 ‘패싱’한 것에 대해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면 한국경영학회장은 “노동법 개정이 전방위적인 이슈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집중을 받지 못했다”며 “경영계 쪽의 입장을 대표하는 조직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노사가 정치를, 정치가 노사를 이용해야 하나=올해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노사 갈등은 상당 부분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 드라이브가 견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책임을 넘어 노사 갈등 원인을 들여다보면 노사 관계가 지나치게 정치와 연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2004년 10%대로 떨어진 후 2016년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조직률이 급등하기 시작해 2019년 12.5%로 집계됐다. 결국 집권 세력에 따라 노사 관계 전체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은 “경사노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협의를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답을 내려고 하는) ‘합의’ 과정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라며 “노사가 유리할 때만 경사노위를 활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노사정 자치의 규범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사용자의 역할과 노동조합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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