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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車 조립에선 애플이 을이다

맹준호 국제부 차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회장으로서 왕성한 경영 활동을 벌이던 시기, 어떤 기자가 한 행사장에서 “좋은 차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고장이 안 나야 좋은 차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자동차 담당 기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옛날 얘기다.

정 명예회장의 당시 얘기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맞는 얘기이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타는 자동차가 자주 고장 난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특히 미국처럼 땅이 넓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차가 고장 나면 위험한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할 수 있다.

그런데 고장 안 나는 차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는 365일 밖에서 눈비를 맞고 햇빛과 추위를 견뎌야 하는 제품이다. 고속으로 도로를 달리고, 멈추고, 코너를 돌 때 누적되는 물리적 충격을 이겨내야 한다. 운전석 문짝 같은 것은 하루 네 번은 여닫게 되는데 10년 이상 문제없이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장 없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엔지니어링, 부품 성능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조립’도 중요하다. 조립은 자동차의 최종 품질을 결정짓는다. 이 때문에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과 변속기는 외부에서 조달할망정 조립을 남에게 맡기지는 않는다.

자동차 조립 공장은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요타가 ‘저스트 인 타임’의 모범을 확립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효율화에 목숨을 걸었다. 같은 차를 가장 싼값에, 가장 빠르게 만들어 최대한 많이 파는 게 자동차 회사의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 공장의 효율화야말로 ‘공학과 인사(HR)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공장은 자연 퇴사와 이직이 많은 젊은 여성 노동자 위주의 가전 생산 라인과는 다르다.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텨 가족을 부양하고자 하는 가장들이 많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자동차 산업은 노조가 강하다. 사회·정치적 발언권도 세다.

애플은 오는 2024년에 나올 애플카의 조립을 남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대형 자동차 메이커 중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을 보면 세계 시총 1위 기업다운 자신감이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이 애플카 조립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기자는 폭스콘이 단기간에 고품질의 차를 대량 조립해내는 데 성공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전자와 자동차는 제품의 본질이 다를 뿐 아니라 노동 등 사회 각 분야와의 상호작용 양태도 다르다. 자동차를 안 만들던 업체가 갑자기 ‘고장 안 나는 차’를 양산하기는 어렵다.

애플의 전기차 생산 의뢰는 결국 조립이 강한 한국과 일본으로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고 기자는 예상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한국 차 산업계와 애플이 보다 현명한 방향으로 협의하기를 기대한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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