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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저소득층 수입이 늘었다고요? 착시입니다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합니다. 청년층의 경우 정규직은커녕 알바 자리에서도 밀려나 월세 내기도 버겁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40~50대 가장들도 운영하던 가게 문을 닫고 찬바람 부는 고용 시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뜻밖의 통계를 하나 내놨습니다. 지난해 4분기 저소득층의 벌이가 오히려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164만 원을 벌어들여 전년 대비 1.7% 상승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코로나 위기를 뚫고 선방한 수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기간 1분위의 근로소득은 59만 6,000원으로 전년 대비 13.2%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코로나 영향에 따라 자영업 업황이 극도로 부진해지면서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지난해 4분기 34만 9,000개 줄어든 탓으로 분석됩니다.

일반적으로 가구 소득에서 근로소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이릅니다. 한 가족이 100만원을 벌어들이면 이중 65만원은 직장에 나가 벌어왔다는 뜻입니다. 이 근로소득이 13% 넘게 줄었는데 어떻게 전체 소득이 불어날 수 있었을까요?





우선 사업소득이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1분위는 같은 기간 27만 9,000원을 벌어 6.2%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착시’가 숨어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저소득층이 고용 없는 1인 자영업자로 전환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이 사업소득에 집계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이 일자리를 잃자(근로소득 감소) 1인 분식집을 열어(사업소득 발생) 돈을 번 셈입니다. 근로소득 대신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은 소득 안정성이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재난지원금 같은 대가 없는 ‘이전(移轉) 소득’이 더해졌습니다. 1분위 가구의 공적 이전소득(재난지원금·연금)은 54만 3,000원으로 전년 보다 17.1% 늘어 결과적으로 1분위 총소득의 마이너스 전환을 막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사업소득이 불어난 ‘착시’와 정부 재난지원금이 더해져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간신히 마이너스 전환하지 않은 것입니다.

문제는 정부의 일회성 지원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살아나고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저소득층의 수입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렇게 되면 자연히 소득 불평등이 더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분기 4.72배로 전년의 4.64배보다 0.08배포인트 더 올랐습니다. 이는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보다 4.72배 더 많다는 뜻입니다. 이 지표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악화됐습니다.

정부 지원금 효과를 빼면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5분위 배율은 7.82배로 전년의 6.89배보다 1배포인트 가까이 확대됐습니다. 기재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직접 일자리 90만 개 이상을 제공하는 한편 취업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 고용 지원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규제로 민간 고용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한시적 일자리를 늘려봐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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