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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에…美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 러시

올 '투자등급 미만' 채권 1,390억弗

역대 최대…CCC등급도 130억弗

넘치는 자금 덕 '좀비기업' 연명

시장선 백신으로 경제회복 낙관

전문가들 유동성 거품 잇단 경고

넘치는 유동성에 부실 우려 기업 채권발행이 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최대 영리병원 운영 업체인 헬스커뮤니티시스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지난 2014년 인수합병(M&A)에 따른 부담과 저소득층 치료 지원이 겹치면서 수익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가 정상적인 상황이었어도 2억~2억 5,000만 달러(약 2,74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투기등급 회사다.

그런데 올 들어 자금난이 풀렸다. 최근 두 달 동안 대규모 담보채권을 발행해 오는 2023년과 2024년 만기 채권의 일부를 상환하고 이자 비용을 낮췄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헬스커뮤니티를 살린 셈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투기등급 업체의 회사채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을 업체도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 같은 ‘좀비 기업’들은 과도한 유동성이 끊기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 현재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투자등급 미만 채권은 1,390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이 가운데 최소 130억 달러 이상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CCC’ 등급이다. 이는 예전보다 2배 높은 액수다. 영국 자산 운용사 슈뢰더스의 미국 신용 조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넛슨은 “수요와 공급 사이에 매우 큰 불균형이 있다”며 “채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급락하면서 국채 투자자는 회사채로, 회사채를 사들였던 이들은 고위험 채권으로 갈아타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연 1.2%대에 불과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고위험 채권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최근에는 헬스커뮤니티 외에 거대 신문 체인 가넷이 지난달 연 7.75%의 금리로 10억 달러를 빌려 기존의 11.5%에 달하던 대출금을 상환했다. 가넷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기존 금융사가 아닌 헤지펀드와 거래해왔다.

다른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영난을 겪는 소매 업체를 포함한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유에스 하이일드 인덱스’의 채권 금리는 12일 현재 3.97%에 불과하다. 이는 3년 전 10년물 국채 금리(3.23%)와 큰 차이가 없다. 부실 우려 기업조차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가장 위험한 기업들의 차입이 폭주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월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기업의 생명선을 연장해줬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에 낙관론이 팽배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이 비정상이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함께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위협보다 고용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도 1조 9,000억 달러의 추가 부양책과 함께 대규모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게임스톱 사태와 비트코인·원자재 가격 급등에서 보듯이 이미 시중에는 고수익을 좇는 자금이 넘쳐난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로 인한 거품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많다. 금리가 낮다고 해서 부채 문제가 과거에 비해 덜 위험한 것은 아니며 경쟁력 없는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결국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BofA 글로벌리서치의 올렉 멜렌티예프는 “지금 시장이 보는 방식대로라면 모든 ‘CCC’ 기업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런 시각이 실제보다 더 오래 가기만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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