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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이기적인 청년들'

유주희 디지털편집부 차장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가임기 여성 지도’가 인터넷 공간을 휩쓸었다. 5년 후인 지난달에는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 웹사이트가 “출산 전 남편의 속옷과 반찬을 챙기라”는 내용으로 비판을 받았다. 여성들이 이런 사건들에 일관되게 화내는 이유는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소명’이라는 메시지 때문이다. 앞선 세대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가꿔 온 여성들에게 당치 않은 말이다.

그 메시지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 저출산의 경제적 악영향을 들이대며 출산장려금을 쥐어줘봐야 소용이 없다. 노동력 부족이 걱정되니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어떤 이들은 출산을 않으려는 여성들, 혹은 청년들을 가리켜 이기적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개개인으로서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아이를 원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개인적 손실을 기피하는 여성(청년)들을 존중하지 않는 저출산 대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단칸방에서 출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라떼 훈수’를 두고 싶어지는 분들께는 “동굴에서 잠을 자던 원시인들도 행복은 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밝혔듯 저출산은 “복합적으로 얽힌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이다. 여성의 부담뿐 아니라 취업난, 집값, 심지어 사회 불평등까지 모두가 저출산의 원인이다. 이런 거대한 문제를 떠안은 공무원 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좀 더 과감한 정책을 밀어붙이길 기대해본다. 예를 들어 남성들의 육아휴직 의무화다.



누군가에게는 극단적이라고 느껴질 이 제도는 이미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성이 100일 이상의 의무 육아휴직을 쓰자는 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고 롯데그룹은 이미 2017년부터 남직원 육아휴직 의무화를 도입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별 상관 없이 모두 육아휴직을 쓴다면 여성의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휴직으로 얻은 자녀와의 시간은 남성들에게도 소중할 것이다. 캐나다 퀘벡주의 사례를 보면 실질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2006~2015년 사이 퀘벡주의 남성 육아휴직은 연 3만 8,000여 명에서 6만 명으로 늘었고 출생아 수는 7% 증가했다.

수백·수천 만원의 지원금이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들의 손발을 묶어놓는 한 저출산은 계속될 것이다. 청년들의 마음을 짚는 정책, 정부의 강력한 의지, 그리고 기업의 동참이 절실하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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