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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 좌담회<3>] "CPTPP 선제 가입으로 미중 갈등 대비해야"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은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경제신문은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최석영 경제통상 대사,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고조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복귀 이전에 가입을 마쳐야 기존 11개 가입국과의 국내 시장개방 협상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미국 주도의 (대중)스크럼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19일 바이든 시대 한국 통상정책 대담회에서 허윤(왼쪽 첫번째부터) 서강대 교수,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본부장,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호재기자




△사회=미중 갈등에 대비해 CPTPP에 선제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전 본부장=CPTPP 참여 필요성이 일찌감치 제기됐지만 일본이 한국의 참여를 거부할까봐 지레 겁먹은 게 없잖아 있다. 일본을 빼고 다른 나라를 다 설득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가입을 했어야 했다.

바이든 정부가 CPTPP 가입을 검토할 것이란 전만도 있는 만큼 미국보다 앞서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 CPTPP의 개방 수준이 다른 여느 협정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 미국이 협상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국으로선 참여 시점을 앞당길수록 가입 협상에서 국내 시장의 개방 폭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뉴질랜드나 캐나다 같은 일부 가입국은 한국이 빨리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당장 자국 경기를 살려야 하는 미국은 CPTPP 같은 메가 FTA보단 이득을 얻길 원하는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입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 전 대사= CPTPP에 참여하면 한-뉴질랜드, 한-캐나다 등 양자협정보다 농산물 시장의 개방 수위가 높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CPTPP가입하는 게 정치적 비용이 있을 수 있다고 봐 그간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 하지만 크게 보면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자유무역지대가 주변 지역에 만들어졌을 때 그 바깥에 있는 것보다 안에 들어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이 TPP에 재가입하거나 CPTPP를 수정해 참여한다면 한국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CPTPP 개방 수준이 높아 가입 시 국내 업체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허 교수=사실상 한일간 FTA가 체결되는 것이라 자동차 업계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려 해도 이들 업계의 반발을 넘어야 하는 만큼 실제 가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다만 FTA를 통해 상대국 시장 진입 문턱은 낮추면서도 국내 장벽은 유지한 덕분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고속성장 할 수 있었다. 진입 장벽을 계속 세워두면 ‘FTA의 과실만 취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최 전 대사=사실 시장 개방이라는 게 어느 정도 아픔을 감수하지 않고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비용을 감내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가입을 검토하라고 한 것은 고무적이다. 농업이나 자동차처럼 국내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커지고 효율성이 증진되는 쪽으로 가게 된다. 특히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거나 CPTPP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협정에 참여한다면 한국도 함께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박 전 본부장=FTA를 통해 중대형 자동차 시장을 어느 정도 개방한 덕분에 국내 업체들도 제네시스 등 고급 차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소형 부문에서도 차츰 시장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미국이 주도하는 협정에 가입한다고 하면 중국의 반발은 없을까.

△허 교수=한국이 미국 주도 무역체제에 가입한다고 해서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가 아닌 미국에 보다 가깝게 서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이든 CPTPP든 경제블록을 구축한다고 하면 한국은 자연히 가입할 것이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오히려 CPTPP 등 미국 주도 블록에 합류하면 한중 관계에서 우리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이 다자 스크럼을 구축하면 우리는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지만, 참여하지 않았을 때 미측의 보복 가능성은 가벼이 여기는 것 같다. CPTPP 뿐 아니라 보조금이나 국영기업 문제를 놓고 미국이 EU나 일본과 많은 협의를 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에 거리를 둔다면 되레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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