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부르면 뛰어가야지요. LG에너지솔루션 딜은 상장 신고서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상장 주관사 입찰 제안요청서(RFP)는 받지 못했지만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록 NH투자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을 위한 입찰제안서는 받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IPO 시장에서는 명실상부한 강자다. 지난해 SK바이오팜·빅히트 등 굵직한 기업들을 상장시키며 공모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기업가치가 100조 원까지 추산되는 LG에너지솔루션도 성공적인 공모를 위해 주관 경력이 풍부한 증권사를 결국에는 필요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증권사 미팅(PT)를 마무리했다. 국내 증권사로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이 참여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NH투자증권이 초대받지 못했다. LG투자증권에 뿌리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굵직한 상장 주관을 맡아온 만큼 NH투자증권은 유력 후보로 꼽혀왔던 것도 사실. 하지만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당시 NH아문디운용이 ‘의결권 불행사’라는 불분명한 결정을 내리면서 NH투자증권이 괘씸죄로 찍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그룹 회사채 발행 등은 여전히 맡기고 있지만 NH아문디운용이 모호한 입장을 내놨던 계열사의 상장 주관만큼은 맡기기 싫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운용은 최대주주가 같지만 엄연히 다른 법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알짜 회사를 인적 분할도 아닌 물적 분할로 떼 내는 만큼 주주로서 반대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가장 IPO 실적이 좋은 NH투자증권이 후보에서 빠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이 최고 100조 원, 공모 금액만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IPO 경력이 풍부한 증권사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이 IPO 주관 능력이 충분한 것은 맞다”면서도 “(공모 흥행·실패 여부를 떠나) LG그룹이 (공모 결과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딜을 많이 한 증권사에 주관을 맡기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청약 증거금만 각각 31조 원, 58조 원을 모은 SK바이오팜과 빅히트 등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블룸버그 기준 IPO 실적은 국내 증권사 중 2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SK IET 주관사인 점을 고려할 때 LG에너지솔루션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실적의 증권사로 꼽힌다.
NH투자증권도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정영채 대표를 중심으로 상장 주관사 지위를 따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관련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우리가 (LG에너지솔루션) 딜을 놓을 수 있겠나”며 “마지막까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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