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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력 단절' 내몰리는 워킹맘...퇴사 엄마 비율, 아빠의 2배

김미애 의원실 건보자료

영유아·초등 저학년 자녀 女직장인

매년 10명중 1명 육아부담에 퇴사

남성 육아휴직·수당 현실화 필요

/연합뉴스




영·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의 퇴사 비율이 해마다 남성 직장인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육아를 여성이 떠안고 ‘워킹대디’(직장인 아빠)의 육아휴직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면서 ‘워킹맘’(직장인 엄마)이 경력 단절에 내몰리는 것이다. 역대 최악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남성이 육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육아 휴직 급여를 현실화하고 부부가 육아 휴직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만 0~9세 자녀를 둔 여성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해지(자격 상실) 비율은 10.24%에 달했다. 연초 건강보험에 가입한 여성 직장인 41만5,474명 가운데 연말까지 4만2,562명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건강보험 가입자격을 잃었다.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직장인들은 해마다 10명 중 1명 꼴로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 여성 직장가입자 해지 비율은 2016년 11.94%, 2017년 11.24%, 2018년 10.8%, 2019년 10.34% 등 매년 10%가 넘는다. 이는 직장가입 대상자들만 집계한 수치여서 실제로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반면 9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의 건강보험 직장가입 해지 비율은 여성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연초 남성 직장가입자 170만4,580명 가운데 12개월 동안 8만206명이 퇴사해 해지 비율은 4.71%에 그쳤다. 2016년 5.78%, 2017년 5.64%, 2018년 5.16%, 2019년 4.81%로 최근 5년치 모두 여성의 절반 이하다.

최근 5년간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남성·여성 직장인의 건강보험 가입 및 해지 추이. /자료제공=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




맞벌이 부부 중 소득이 높고 전문직, 기술직이 많은 남성 대신 여성이 경력 단절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이 퇴사할 때보다 남성이 퇴사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뜻이다. 국가 주요지표를 제공하는 ‘e나라지표’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월급여액(정액급여+상여금·특별급여를 제외한 초과급여)은 219만7,000원으로 남성(324만1,000원)의 67.8%(2019년 기준)에 불과했다. 남성 대비 여성의 월급여 비율은 2010년부터 줄곧 60%대에 머물며 우리나라 남녀 임극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현실적으로 여성보다 소득이 높은 남성 배우자의 생계 책임이 큰 상황에서 남성이 급여를 포기하고 휴직 수당을 받아가며 육아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여전히 저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육아휴직자의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기간에 불만족하는 이유로 ‘법적으로는 1년이 보장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에서는 1년까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남성이 68.4%로 여성(29.8%) 대비 2.3배 많았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돌봄 대란으로 워킹맘의 경력 단절 위험은 더 커졌다. 학교 원격수업 장기화로 등교 및 어린이집 등원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이 커졌고 이는 여성의 퇴사 행렬로 이어졌다. 정부가 가족돌봄휴가, 긴급돌봄교실 및 긴급보육 실시로 돌봄 공백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도 원격수업·가정보육이 계속돼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만 1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가 3개월씩 육아휴직을 쓰면 부모 각각에 최대 월 300만원씩 휴직급여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저출산 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크다. 육아휴직 급여가 월급을 대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가 설정한 최대 급여 지급 기준을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는 사업주가 수개월의 공백을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보내기보다는 일용직 등 비정규직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박 원장은 “고소득자인 남성도 육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수당을 현실화하면서 여성의 임금이 낮은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육아휴직을 6개월 단위로 써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고 신청자는 정작 필요할 때 못 쓸 수 있다. 정부가 1년짜리 육아휴직을 단순하게 한두 번에 걸쳐 나눠쓰라고 지침을 주기보다는 선택근로제처럼 필요에 따라 휴직을 나눠 쓸 수 있도록 유연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남성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며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일정 기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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