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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배 "흑연, 반도체·배터리 등에 활용 가능…석탄산업 새 길 발굴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

석탄에서 수소 추출 등 다양한 산업 접목해 R&D 속도

北 '석탄 의존' 절대적…동력 잃은 경협 '지렛대'로 준비

몽골 유연탄광 잠재 가치 무궁무진…헐값매각 절대 안해





“시대 변화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아지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되지만 석탄이 에너지 안보와 서민 연료, 미래 산업에서 갖는 중요성이 여전하다는 점 또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유정배 대한석탄공사 사장은 17일 “10만 가구 넘는 서민은 10년 후에도 석탄이 필요하고 국내 에너지원 중 석탄은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하고 기술력도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원도 원주 본사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이나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서민에게 저렴한 연료를 공급하고 국가 안보를 탄탄히 하려면 석탄 산업의 명맥이 끊겨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특히 유 사장은 석탄공사의 새로운 활로를 남북 경제협력으로 보고 남북 및 한미 관계가 호전되는 시점에 가장 먼저 석탄 사업 협력을 추진해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북측과 경협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유 사장은 또 노다지로 꼽혔던 몽골 유연탄광 개발 사업에 대해 “정체기지만 헐값에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몽골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단숨에 공사의 효자 사업이 될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손철 경제부 차장 runiron@sedaily.com

유 사장은 한때 국내 최대 공기업이었지만 이제는 잊혀가는 석탄공사를 찾아줘 “정말 고맙다”고 인사부터 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 청정·친환경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단과 폐지가 연일 거론되는 석탄의 가치를 그도 선뜻 내세우지는 못했다.

유 사장은 그러나 “국가 경제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며 “그나마 유일하게 자급할 수 있는 석탄 생산마저 포기하면 에너지 자립도는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 유가가 지난 2010년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급등할 때 공사가 비축해둔 석탄 100만 톤 이상을 정부가 풀어 2~3년 만에 소진된 적도 있다”며 “석탄은 에너지 안보나 서민 연료 공급에 중요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무연탄으로 생산되는 연탄은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극히 적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폐지가 거론되는 ‘석탄 화력’과도 기후변화 문제에서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 사장은 “석탄이 그동안 난방이나 발전용으로 주로 활용돼왔지만 연구개발(R&D)을 통해 산업 부문에서도 활용처가 다양해지고 있다면”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조 흑연은 저렴한 비용으로 석탄에서 추출이 가능해 미래 산업에서도 석탄의 유용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석탄 경석으로 내진성이 우수한 건축용 경량골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면서 “석탄 경석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확보된 만큼 이를 활용해 수소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석탄공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해 “난방비 지출 부담이 큰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연탄 판매 최고가를 2년 연속 동결한 것은 수긍이 간다”면서도 “매년 원가에 못 미치는 판매가를 부담하면서, 탄광은 지하 700m까지 내려가며 안전 등 투자비가 늘어나는 석탄공사의 사정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탄 사용은 계속 줄고 있지만, 정부가 쿠폰을 지원하는 저소득층 5만 3,000가구 외에도 10만 가구가량이 겨울철 난방용으로 연탄을 주고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석탄 가격이 최근 31년 중 15년간 동결되고 소비 감소로 매출은 줄어 석탄공사는 2019년 말 결손금이 1조 5,320억 원까지 쌓였고 부채도 2조 원에 달하는 형편이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연탄 생산량을 계속 줄이면서 신입 직원조차 5년가량 1명도 뽑지 않고 자연 퇴직 등 인력 감축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공사의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유 사장이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노 딜’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북미 관계가 개선돼 남북 경협에 시동이 걸리면 가장 먼저 추진될 사업을 석탄으로 꼽으며 “석탄공사의 새로운 활로이자 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원은 여전히 석탄이지만 채굴이나 가공 기술이 낙후돼 있다”면서 “공사가 갖춘 최고 수준의 석탄 산업 기술력과 경험은 대북 경협에서 사업성을 확보할 부분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 북한 경제의 석탄 의존도는 절대적이어서 남북 경협에서 석탄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의 1차 에너지 공급원 중 석탄의 비중은 62%로 수력(22.4%)과 석유(6.7%)를 크게 웃돌고 있다. 유 사장은 “북한은 전기는 물론 옷 같은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데도 석탄을 활용하고 있다”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매년 내놓는 신년사에서 석탄을 기간 공업의 한 축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그러면서 석탄을 안정적으로 채굴하기 위한 북한의 설비 수준이 국내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사 관계자들이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의 탄광 수준을 파악해왔다”며 “북한은 큰 홍수가 날 때마다 배수 시설이 취약해 지하 탄광이 물에 잠기고는 하는데 물을 퍼낼 펌프나 발전기조차 부족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협 과정에서 공사가 보유한 장비나 기술, 최신 광산 운영 기법을 제시한다면 북한도 우호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하노이 2차 회담 전 물밑 접촉 등을 통해 북측의 경협 의지도 어느 정도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정상화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석탄공사가 최근 사내에 ‘남북경협학교’를 개설한 것도 주력인 석탄 사업 인프라와 인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 사장은 “경협학교는 기술적·실무적 접근을 통해 앞으로 공사가 보유한 기술과 경험을 발전시키고 석·연탄 연관 업체와 상호 교류를 통해 대북 사업을 진전시킬 구체적 방안을 찾는 연구 공간”이라며 “남북 석탄 협력을 위한 공론장으로서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언제든지 접목할 수 있도록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지하 채탄 기술과 광해 방지 기술 등을 담아 남북 석탄 협력 잡지인 ‘서민 에너지에서 평화 에너지로’도 지난해부터 발간하고 있다.

유 사장은 몽골 유연탄광 등 해외 사업에서도 지분 매각 등 출구 전략을 모색해 수익성을 재고할 방침이다. 석탄공사는 2010년 한·몽 에너지개발(지분율 62.9%)을 설립하고 몽골 홋고르 샤나가 유연탄광 지분 51%를 매입해 운영해왔다. 당시만 해도 가채매장량 7,600만 톤, 평균 영업이익률 22.9%로 5년 내 투자액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됐으나 실제 판매량은 10년이 지나도록 1만 톤에 이르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유 사장은 “몽골 정부가 당초 약속과 달리 생산한 유연탄을 적시에 공급할 철도 운송망 등 인프라를 주변에 구축하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표층은 질 좋은 유연탄이 매장돼 있고 지하에는 유연탄 중에서도 가장 비싼 ‘코킹콜(산업용 유연탄)’이 매장돼 있어 잠재 가치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업체들도 몽골 유연탄광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헐값에 매각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몽골 정부가 철도망 구축 등을 재개하면 단숨에 수익성이 커질 수 있어 계속 개발 여부 등을 놓고도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2년이 넘은 유 사장은 공사를 경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청렴도 향상을 꼽았다. 석탄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한 2020년 공공 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 1등급을 기록했다. 내부 청렴도는 8.55점으로 1등급, 외부 청렴도는 9.22점으로 2등급에 올랐는데 종합 청렴도 점수가 9점을 넘어서며 공사가 포함된 ‘공공 기관 3유형’ 중 유일한 1등급 기관이 됐다.

유 사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온라인 등으로 임직원의 청렴 실천을 독려하고 부패가 생길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차단한 노력들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면서 “다양한 비대면 반부패 청렴 시책을 계속 추진하면서도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소통 창구를 한층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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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강원 평창 △1983년 강원대 사대부고 △1989년 강원대 사학과 △2006년 강원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사무처장 △2008년 강원살림 상임이사 △2011년 춘천 두레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2012년 강원도지사 시민사회 특별보좌관 △2016년 강원도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센터장 △2018년 대한석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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