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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작가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 따라 인생의 나침판 찾으세요"

[전기 작가 이충렬 인터뷰]

국내 첫 정본 전기...8월에 출간

신학생 선발~순교 10년 복원 중점

"가톨릭 신앙 기준 될 책 만들 것"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전기를 집필 중인 이충렬 작가가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삶의 방향을 고민할 때 필요한 게 바로 나침판입니다. 수많은 성인들이 인생의 멘토를 만나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듯, 살면서 인생의 나침판을 찾는 것 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대건(1821~1846) 신부의 전기(傳記)를 나침판 삼아 코로나 시대에 많은 분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삶을 헤쳐 나가기를 바랍니다."

국내 첫 전기 작가로 불리는 이충렬(67) 작가가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김수환 추기경 등에 이어 9번째로 집필하는 전기의 주인공은 김대건 신부다. 오는 8월 출간을 앞두고 글쓰기에 한창인 그를 서울 종로구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한쪽 벽면은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각종 도록과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는 "평전이 관 속에 누워있는 주인공을 염(殮) 하는 것이라면 전기는 주인공을 다시 이승으로 불러들여 살아 움직이게 하는 작업"이라며 "김대건 신부가 독자들의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실감나게 묘사하려면 생김새부터 그가 다녔던 길, 그가 탔던 선박 라파엘호의 크기까지 모든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다. 한국 천주교는 지난해 11월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희년(禧年·Jubilee)으로 선포했다. 희년은 교회 역사상 주요 사건을 50년 또는 100년 단위로 기념하는 행사인데, 한국 천주교사의 중심인 김 신부의 일대기를 집대성하는 전기 출간도 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작가는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자료 협조와 검증을 받아 쓰여지는 김대건 신부의 첫 정본(定本) 전기라는 점에서 그동안 나왔던 전기와 차이가 있다"며 "한국 가톨릭 신앙의 기준이 될 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중에서도 정본 전기는 상대적으로 자료 조사 등 인물 연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작가들도 꺼리는 장르다. 국내에 정본 전기라 할만한 작품이 거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첫 전기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 작가는 그동안 단원 김홍도부터, 간송 전형필, 화가 김환기 등 총 8명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를 펴냈다. 간송 전형필과 혜곡 최순우, 동화 작가 권정생, 김수환 추기경을 다룬 4권의 책은 정본 전기로 각 재단이나 단체의 인가를 받았다. 이 작가는 "전형필 선생의 전기를 쓰는 데는 8년, 김수환 추기경의 전기 집필에도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주로 예술인이었던 그의 집필 대상이 종교인으로 확장된 것에 대해 이 작가는 "미국의 대표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스티브 잡스 전기를 쓰다가 그의 롤 모델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기를 쓴 것과 같은 이유"라고 했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스승과 제자 혹은 존경하는 인물 등 저마다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건 신부를 차기 작품 대상으로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김수환 추기경의 전기를 쓰다 보니 조선 천주교 박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김대건 신부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다음 작품의 주인공을 최양업 신부로 정해둔 상태다.

이충렬 작가가 전기 작업 중 지도 상으로 확인한 김대건 신부의 체포 장소인 황해도 지도에 나온 등산진의 정확한 위치. 사진은 조선후기 만들어진 여지도서(輿地圖書)./사진제공=한국교회사연구소


책은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1836년에 김대건 신부가 15세 나이로 신학생으로 선발돼 순교하기까지 10년을 다룬다. 이 작가는 "전기는 김대건이라는 인물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루되, 첫 한국인 사제로서 선교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활동이 중심이 될 예정"이라며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자료도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간 불분명했던 사실관계도 명확히 규명될 전망이다. 가령 김대건 신부의 체포 장소는 그동안 '순위도 등산진'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작가는 "김대건 신부가 체포된 장소는 황해남도 강령군 순위도라는 섬이고, 등산진(登山鎭)은 순위도 내 북서쪽 수군 방어진의 명칭이라는 사실을 자료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빠짐없이 기록 중"이라고 강조했다.

책이 출간되는 8월22일은 김대건 신부 탄생일이다. 이날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는 전기 봉헌식이 거행된다. 한국 천주교는 이번 행사에 프란치스코 교황도 초청했다. 이 작가는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연구 기금으로 인세의 50%를 기증하고, 추후에는 100%를 기증해 모든 저작권을 양도할 계획이다.

"전기는 작가보다 책 속의 주인공이 재조명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 김대건 신부의 삶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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