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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집도 달콤한 집도 아니다. 우리는 양촌리가 좋다"

코로나 19 속 드라마 '전원일기' 다시 인기

자극 없이 情·자연·이웃 ‘힐링 콘텐츠’ 부각

작년 재방 시청률 0.2%대서 1.6%로 ↑

네이버 전원일기 공식 팬카페도 활발해져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2002년 종영된 이 드라마는 최근 재방송 시청률이 올라가고, 시청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등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제공=MBC ON




30대 직장인 김지선씨는 요즘 퇴근 후 집에서 드라마 한 편을 꼬박꼬박 챙겨본다. 욕망과 음모가 뒤엉킨 호화로운 '꼭대기 집' 사람들 이야기도, 괴물이 등장하는 '달콤한 집' 이야기도 아니다. 김씨가 택한 것은 양촌리 사람들의 구수하고 정겨운 삶이 담긴 이야기. 바로 2002년 종영된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다. "증조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한 데 모여 밥을 먹고, 나란히 붙어 앉아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절로 힐링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우연히 케이블 채널 재방송을 본 게 계기가 됐다는 그는 "자극적인 요즘 드라마와 달리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며 "주말에도 꼭 방송을 챙겨볼 만큼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추억 속 드라마 '전원일기'가 코로나 시대의 힐링 콘텐츠로 부상하며 다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거리 두기와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이 자연과 정(情), 이웃 등 소박한 소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2002년 종영된 이 드라마는 최근 재방송 시청률이 올라가고, 시청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등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제공=MBC ON


현재 ‘전원일기’를 방영 중인 케이블TV 채널은 MBC ON과 KTV국민방송 등 6군데다. 이 중 MBC ON에서의 시청률은 전체 가구 기준으로 지난해 1월 0.243%에서 12월 0.685%까지 올라왔고, 연간 최고 시청률은 1.59%을 기록했다. 특히 30대 남성과 50대 여성의 선호가 눈에 띈다. 50대 여성의 경우 연간 최고 시청률이 2.57%를 찍었고, 30대 남성도 최고 2.16%까지 상승했다. 채널 관계자는 "재방송 콘텐츠로는 나오기 힘든 수치"라며 "내부적으로도 고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기의 배경에는 코로나 19라는 시기적 상황이 깔려 있다. 팬데믹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복잡한 서사보다 평온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전원일기는 기본 소재가 '순한 맛'인 데다 극 중 갈등이나 사건이 해당 회에 모두 해결돼 부담이 없다. 마스크 없이 맑은 자연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에 더해 △중장년층의 추억 소환 △젊은 세대의 뉴트로 취향 △전원일기 출연자들의 재조명 및 팬덤 활성화 등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40대 남성 시청자인 최모씨는 "고두심, 유인촌 등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요즘과는 다른 대사에서 정감이 느껴진다"며 "TV를 틀어 놓고 넋 놓고 보게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한 장면. 2002년 종영된 이 드라마는 최근 재방송 시청률이 올라가고, 시청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등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사진제공=MBC ON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의 인터넷 공식 팬 카페도 활성화하고 있다. 수 년 전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카페 회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00명 대에서 700명대로 크게 늘었다. 회원들은 시청한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출연 배우들의 근황, 과거 사진, 드라마 관련 자료를 공유한다.

254회 '일용 엄니 부자됐네' 편을 시청한 한 회원은 아들 내외로부터 용돈을 챙겨 받은 일용 엄니가 이웃들에게 선물을 돌리고 찰떡 잔치를 여는 줄거리를 소개하며 '너무 보기 좋다. 역시 사람은 나누는 재미가..'라는 감상을 남겼다. 그 시절 드라마처럼 살 수 없는 오늘이기에, '익숙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는 요즘이기에 다시 꺼내보고 싶은 전원의 일기인지도 모르겠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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