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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기업옥죄기 수단된 글로벌 스탠더드

임석훈 논설위원

與, 앞에선 '통 큰 투자' 외치면서

상법 등 규제 관련법 740건 쏟아내

기업들은 환골탈태 일류 도약하는데

文정부서 세계 표준 말할 자격 있나





지난달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자국의 정보기술(IT) 제품 분석 업체가 미국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2를 분해한 결과를 전했다. 기사의 핵심은 한국산 부품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가격 기준으로 한국산이 27.2%로 13.2%에 불과한 일본산을 더블스코어로 제쳤다. 미국산(25.6%)도 앞질렀다.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한일 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아이폰11의 경우 한국산 18.2%, 일본산 13.8%로 4.4%포인트 차이밖에 안 났다.

불과 1년 사이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디스플레이의 주역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애플은 모든 아이폰12 시리즈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적용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한국산을 100% 썼다. 한국산 OLED가 스마트폰 액정 디스플레이의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는 “OLED는 일본이 먼저 개발했지만 경쟁에 밀리면서 한국의 독무대가 됐다”고 놀라워했다.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 SK하이닉스의 D램 등 다른 한국산 부품도 아이폰을 점령했다.

이렇게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고군분투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의 성취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따라 하고 싶은 롤 모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손봐야 할 대상이다. 세계 표준을 만들어 가는 데 대한 격려나 지원에는 인색한 채 발목 잡는 데 열중이다. 대통령이나 여권 인사들은 기업 투자 발표 현장에 나타나 ‘통 큰 투자에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그때뿐이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업을 몰아세운다.

거여(巨與)가 장악한 21대 국회는 개원 6개월 만에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규제 관련 법을 740건 가까이 쏟아냈다. 규제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여당이 내세우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김태년 원내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정 경제 3법(기업 규제 3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한 개혁 입법” “정부와 여당이 준비한 법안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거론한다.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더 강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도 하고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경제·산업 구조, 노사 문화 등이 달라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는데다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상법 개정안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대표적이다. 여당과 친여 시민단체는 이스라엘·이탈리아 등의 희귀 사례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근거로 끌고 와 제시한다. 하지만 상장회사협의회와 많은 법학·경제학자들은 그 같은 주장이 이스라엘·이탈리아의 관련 법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소수 주주에게 찬성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두고 대주주 의결권 제한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의문을 제기한다.

갑론을박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여당의 주장과는 달리 기업 규제 3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는 방증이다. 친노조 정책을 정당화하고 기업을 옥죄는 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스텝이 꼬이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입법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전 장관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조법 개정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허용을 거론하면서 “기업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를 하고 노조에는 자의적으로 적용해 권한을 강화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계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기술이다. 정치권이 아전인수식 잣대를 들이대 기업들에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고 안타까워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기업들은 환골탈태의 노력으로 세계 일류로 도약하고 있다.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나. 정부·여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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