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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뒷담] 지급결제가 뭐길래...빅테크 규제 두고 금융위-한은 충돌

'빅테크 외부청산 의무화'

금융위 전금법 개정안에

한은 "과잉규제·월권" 반발

절충안에도 갈등 지속 조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의 청산기관 감독권을 둘러싸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중앙은행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에 금융위가 과도하게 간섭한다며 반발한 데 이어 이주열 총재까지 직접 나서 금융위가 추진하는 빅테크에 대한 외부청산 제도화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반면 금융위는 이미 일상적인 결제의 상당 부분이 빅테크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외부기관을 통한 청산을 의무화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전통 금융사가 아닌 빅테크가 디지털 금융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전자지급결제 관리감독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급결제제도를 둘러싼 이 갈등에는 현재 소액결제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어느 기관의 영향력 하에 두느냐는 이슈가 얽혀있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인식이다. 금융위는 이런 지적을 피하기 위해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제도화하더라도 그 청산기관이 될 금융결제원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감독·검사·허가권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에 따라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지만 한은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발단은 금융위가 지난 7월 내놓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과 이에 따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빅테크의 청산기관을 통한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이에 대한 허가, 자료제출 요구 및 검사 권한을 갖도록 했다. 지급결제의 3단계인 ‘지급→청산→결제’ 전 과정을 투명화해 빅테크가 고객자금을 내부적으로 처리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자금 세탁, 무단 유용 등 각종 위험을 방지하겠다는 게 금융위가 밝힌 목적이다.

/자료=한국은행


청산이란 경제주체가 신용카드·계좌이체·수표 등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으로 대금을 치렀을 때 금융기관들이 최종적으로 주고받을 금액을 계산해 확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주로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청산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청산기관 간에 이뤄진다.

일반적인 소액결제의 경우 거래금액은 작고 건수는 매우 많기 때문에 일상적인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기관이 서로 돈을 주고받으면 비효율적일뿐더러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바닥나는 등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하루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를 합산해 최종적으로 주고받을 금액을 상계하고 차액만 결제하는 게 보통이다. 가령 A은행이 B은행에 40만원을, B은행이 A은행에 10만원을 보내야 한다면 이를 정산해 A은행이 B은행에 차액인 30만원만 결제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청산기관의 업무다. 현재는 이 소액결제시스템의 청산기관이 금융결제원이다.

문제는 전통 금융사가 아닌 빅테크·핀테크 등이 지급결제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네이버처럼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지는 지급결제 행위와 자금의 흐름을 감시·감독할 근거가 현재는 없기 때문이다. 가령 소비자가 네이버페이에 충전해둔 돈으로 네이버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발생하는 지급·청산·결제 절차를 네이버가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단순 계좌 이체와 자금 이동을 구별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이용자의 충전금이 빅테크의 내부 자금처럼 유용돼도 금융당국으로서는 이를 잡아내고 제재할 수 없다.

중국의 빅테크 대상 청산 집중화 시스템 도입 전후. /자료=국제결제은행(BIS)




빅테크의 외부청산이 의무화되면 내부적으로 이뤄졌던 이 거래들이 금융결제원을 통해 청산되고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을 비롯한 청산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게 된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27일 한국경제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빅테크가 들어와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사와 동일하게 경쟁하는 게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빅테크가 도산할 경우 섞여 있는 돈이 구체적으로 누구의 돈인지 알 수 있도록 외부청산 의무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 속도가 빠른 중국의 경우 앞서 알리페이·위챗페이 같은 비은행 지불기구의 불투명한 자금흐름을 관리감독하겠다는 목적에 따라 2018년 온라인 청산 전담기구인 ‘왕롄’을 도입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빅테크를 통한 결제가 전체 금융 거래의 80~90%에 이르는 중국의 선례를 볼 때 외부청산을 의무화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전자금융업자는 은행만큼 공신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내부거래에 대한 청산도 외부화해야 고객 자금이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반면 한은은 이 같은 금융위의 법 개정 시도가 과잉규제인데다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금융위가 한은이 사원은행으로 참여한 금융결제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경계한다. 이 총재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급결제를 안정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으로 어느 나라도 예외가 없다”며 “핀테크 기업의 내부거래까지 금융결제원 시스템상에서 하게 되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무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런 한은의 입장을 반영해 윤 의원은 개정안에서 금융위가 한은과 연계된 금융결제원 업무에는 감독·검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부칙을 명시했다. 금융결제원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전자지급거래청산업 허가 절차도 면제하기로 했다. 기관 간 소모적인 권한 다툼으로 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지체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한은은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한은이 아니라 금융위에 있다는 큰 틀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급결제는 한은법에 따른 한은의 고유 업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견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권한은 지금도 한은(한은망 운영권, 비한은망 감시권)과 금융감독당국(비한은망 감독권)이 함께 갖고 있으며 전금법 개정안은 전자지급거래청산업 신설 외에 현행 시스템상 수정을 가하는 부분이 없다”며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경청해 금융혁신에 맞는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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