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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히피' 한대수의 '마지막 앨범'… "뉴욕서 '코로나 지옥' 경험,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 담았죠"

타이틀곡 '페인 페인 페인'

밴조풍 '마스크를 쓰세요'

신곡·리메이크 버전 수록

"이번 앨범이 진짜 마지막"

가수 한대수. /사진제공=오디오가이




“뉴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지옥과 같았어요. 밖에 나가지 말라는데 밥은 해 먹어야겠고, 아침부터 종일 먹을 걸 구해서 오후에 밥을 하니 하루 일과가 끝났지. 전철을 타고 다니기 불안해서 1~2시간을 걸어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곡이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노래를 듣고 부르며 고통을 직시한 다음에 극복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자는 걸 음악에 담았지요.”

‘한국 포크, 블루스 록의 대부’이자 ‘마지막 히피’로 불리는 한대수가 지난 14일 발매한 15집 앨범 ‘하늘 위로 구름 따라’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건 ‘고통’이다. 앨범의 첫 곡 ‘페인 페인 페인(Pain Pain Pain)’에서 그는 고통이라는 뜻의 ‘Pain’을 아홉 번 외치고 노래를 시작한다. 블루스 리듬에 얹은 묵직한 기타 연주 위에 그는 고통이 독이 든 꽃을 가져다 주며, 결코 곁에서 떠나지 않으면서도 나를 차갑게 내버려둔다고 거친 목소리로 말한다. 앨범 작업을 위해 귀국한 한대수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통이 항상 배신하고 놀리는 인간 같은 존재라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며 “독약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대 뉴욕에서의 일상은 참혹했다. 그는 “하루에 900명이 숨지니 시신을 둘 냉동창고가 없어서 썩어가고, 5분마다 사이렌소리가 울려서 딸에게 차라리 방에서 게임이나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문고리에 항균 스프레이를 뿌리고 장갑을 끼는 게 일상”이던 와중에 앨범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한대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코로나를 뚫고 한국에 들어와 2주간 국내 자가격리를 거쳐 곡을 만들었다.

가수 한대수(왼쪽)가 스태프들과 앨범을 녹음하는 모습. /사진제공=오디오가이


그렇게 나온 새 앨범은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그가 겪고 느낀 소회가 곳곳에 들어 있다. 익살스러운 밴조 선율에 풍자적 가사를 넣은 앨범의 마지막 곡 ‘마스크를 쓰세요’는 앨범을 녹음하러 전철을 타고 가는 길에 모두가 마스크를 쓴 풍경에서 착안해 가사를 썼다. ‘후진국가 뉴욕에서 선진국가 서울 오니 모두들 마스크를 썼네요’ 라는 가사가 눈길을 끈다. 한대수는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의 인프라가 무너지지 않았느냐”며 “지금도 마스크 쓰기 싫어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대한 풍자 의도도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멕시칸 와이프(Mexican Wife)’도 자가격리 기간 동안 느낀 감정을 가사에 담았다.

한대수는 앨범을 작업하면서부터 ‘이번 앨범이 진짜 마지막 앨범’이라고 강조해 왔다.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말은 지난 2000년 ‘Eternal Sorrow’ 앨범을 낼 때부터 20년간 해 왔지만, 이번엔 진짜라고 한다.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할 뿐 아니라 딸을 키우는데 전념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작년에 폐허탈증으로 응급실에 두 번이나 갔고, 딸이 대학에 갈 때까지 살려면 담배를 끊으라는 의사의 말에 수십 년간 피운 담배도 끊었다. 그러면서 그는 “작곡 과정은 엄청난 내적 고통에서 나오는 결실인데 앨범 15장을 냈다는 건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가수 한대수가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제공=오디오가이


한편 이번 앨범엔 대표곡 ‘물 좀 주소’가 인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실렸다. 이미 블랙홀, 이현도 등 여러 뮤지션이 리메이크했지만 또 젊은 아티스트의 손을 거쳤다. 한대수는 “새로 작업한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연극 같고 드라마 같았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곡에서는 ‘그러나 비는 안 오네’라는 절망적인 마지막 가사가 빠졌다. 대신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라는 중간 가사로 마무리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절망적으로 노래를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이 코로나가 물러난다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늘 자유를 갈망해 온 한대수는 “예전처럼 자유로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우정도 사랑도 조심스럽고, 고립된 개인주의가 심화될 거 같아서 걱정”이라고 고민 섞인 말을 꺼냈다. 그는 코로나19를 뚫고 다음 달 초 가족들과 뉴욕으로 돌아간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당일 미국 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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