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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안전특별법,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국립군산대 교수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국립군산대 교수)




“노동자의 죽음이 일상화된 건설 현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로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38명이 사망한 이천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화재 사고는 12년 전에 이 지역에서 발생해 40명이 사망한 사고의 재연으로 유가족의 고통을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방으로 높아진 국격까지 실추시킨 수치스러운 사고였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30년 동안 건설업에서는 1만 9,01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연평균 635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최근 3년 동안 사고로 사망한 건설 노동자는 총 1,419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7%에 불과한 건설 근로자가 사고 사망자 수에서는 절반을 차지한다. 매일 두 명 이상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일반 산업의 13배에 달하는 것이다. 구의역 사고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에도 공분을 자아냈는데 건설업에서는 40여 명이나 사망해도 근본을 고치려는 각성은 미미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안고 출범한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 생명 지키기’를 3대 국정 목표 중의 하나로 정하고 오는 2022년까지 산업 현장의 사고 사망자를 반으로 줄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사고 사망 만인율은 2017년 1.66에서 지난해 1.72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10년 평균치인 1.59를 훨씬 웃돈다. 영국의 경우 2018년 건설업의 사고 사망 만인율은 0.16으로 실제 근로자 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20배 이상 높다. 이는 이전의 대책뿐만 아니라 최근의 대책도 핵심을 비켜갔음을 증명한다.

정부에서는 기존 건설 안전 대책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 안전 혁신 방안’을 마련했고 이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거쳐 ‘건설안전특별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특별법은 새로운 법률이 아니고 기존의 ‘건설기술진흥법’에 덧붙여진 안전 기능을 사고 예방 원칙에 따라 별개의 법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여기에 영국 등 선진국의 안전 관리 체제를 참고해 사고 예방의 관건임에도 기존 건설 관련 법령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미비했던 발주자의 안전 책무와 감리 기능 등을 보완함으로써 수급인들에게 적정한 공사 여건을 보장받도록 했다. 기존의 겉도는 건설 안전 관련 제도를 본래의 취지대로 이행되도록 한 것이다.

특별법의 핵심은 기존의 다른 건설 사업 참여자들의 의무와 동등하게 발주자의 안전 책무를 합리화한 것이다. 나아가 기존의 감리 기능을 통해 발주자가 자신의 안전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좌하고 안전 책무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를 내재화했다. 실질적으로는 건설 사고의 근본 원인인 발주자의 무리한 요구, 속칭 ‘갑질’을 자제시킴으로써 공사비와 공기 등에서 적정한 공사 여건을 확보해 건설 기업과 경영자를 보호하게 될 것이다. 발의안이니 부수적으로 부족한 사안이 있으면 논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사소한 불편을 핑계로 근본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건설업은 살인 산업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일한다. 건설의 목적도 시설물 이용자의 복지 이전에 오늘을 사는 건설인과 이들 가족의 행복에 있다. 인명 보호는 관련 제도의 유무 이전에 어떤 무엇과도 타협될 수 없는 모두의 기본 책무이다. 건설 산업을 바로 세우려는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이 지체되는 소탐대실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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