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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무너지는 대출 사다리

빈난새 금융부 기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라는 단어가 국내 금융권에서 가계부채 관리지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말이다. 그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에 풀어놓았던 돈줄을 조이겠다고 예고했다. 당시 가계부채 1,200조원. 그때 이미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 빚이 과도하다는 경고를 안고 살았던 우리나라에 미국발 금리 인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자연히 가계부채 연착륙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그해 12월 “능력 안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다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은행의 대출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갚을 수 있는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DSR을 은행의 사후관리 지표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부채의 총량 그 자체보다 차주가 갚을 능력이 있는지에 달렸다는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신용과 금융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관건은 대출을 무조건 억누르는 게 아니라 가계부채의 질을 어떻게 개선할지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이 원칙은 이후 DSR이 본격적인 대출심사지표로 도입될 때도 흔들림 없이 지켜졌다. 2017년 9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DSR은 금융사가 차주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획일적 한도 규제가 아니라 금융사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처음 DSR을 도입할 때 차주별 ‘선 긋기’가 아닌 은행별 평균 지표로 적용한 것도 이런 원칙에서다.

DSR의 등판 배경을 되짚어본 것은 최근의 신용대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 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으면 은행에서 DSR 40%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했다. 고소득자는 갚을 능력이 있어도 대출을 더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동산 잡기’의 대명제 앞에서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준다는 금융 원칙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상식이 사라진 금융 규제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열심히 일하면 내 신용으로 자산을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일이다. 겹겹이 대출 규제에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절망하는 목소리에는 메아리도 없다.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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