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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美북침이 역사" 北中 6·25공정, 우리가 잘못 배웠나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中시진핑 "항미원조로 위대한 승리 거둬" 연설

"내전" "승리" 주장에 BTS 굿즈 배송중단 논란도

"미제·이승만 북침 전쟁" 北김정은도 '혈맹' 과시

"北남침이 역사적 사실" 韓정부, 공식항의는 자제

"中위협 못 느낀다" 문정인은 美동맹 참여 반대

日외교와 대비... '제2 동북공정' 갈등 될까 관심

23일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국이 6·25 한국전쟁을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선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로 연일 홍보하며 우리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 북한 등 우호 국가들의 결속을 다지고 자국 내 애국주의를 고취하려는 목적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이 올바른 역사관이 맞느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나아가 한국전쟁을 ’북한의 남침’이 아닌 ‘내전’으로 규정하고 이 전쟁을 자신들이 ‘이겼다’라는 등 상식을 파괴하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공공의 적’을 두고 북한까지 가세해 “6·25 전쟁은 북침”이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대일 외교 때와 달리 각 부처 차원의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항미원조’ 주장이 제2의 동북공정처럼 비화되거나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도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6·25에 "국제협력" 외친 DJ와 "민족피해" 읊은 文

195-년 9월 서울 탈환 작전 전투에 나선 국군. /연합뉴스


시진핑 “항미원조는 정의로운 행위... 위대한 승리 거둬”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군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행사’ 연설에서 “미국 정부는 국제 전략과 냉전 사고에서 출발해 한국 내전에 무력 간섭키로 결정했으며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북중) 접경까지 끌고 왔다”며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원군은 북한 전장에 들어갔고 이는 정의로운 행위 중에 정의로운 행동이었다”며 “전쟁 기간 중국 공산당은 북한군과 힘을 합쳐 다섯 차례 전투를 치렀고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어 “패권주의 행태를 보이며 중국 국가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험난한 전쟁 중 조선노동당은 중국 인민지원군을 적극 지원해준 조선노동당에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을 대표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1950년 북한에 가서 첫 전투를 했던 10월25일을 참전일로 기념하고 있다.

시 주석의 관련 발언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의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하며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한 정의와 평화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발언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다분히 최근 미중 갈등을 염두에 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였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월례브리핑에서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은 반드시 영원히 전승돼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국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유 진영 국가들이 맞서 싸울 때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 파괴를 확약하며 압록강을 가로질러 수십만 병력을 보냈다”고 반박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참석한 코리아타임스 창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북한의 침략에 맞서 파병국들과 나란히 싸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중국 공청단 웨이보 캡처


“북의 남침 아닌 내전”... BTS 굿즈 배송중단 논란까지

중국의 궤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 공산당의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6.25 전쟁에 대한 황당한 주장을 대중에게 알렸다.

공청단은 25일 “한국전쟁은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하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 올렸다. 공청단은 “당시 북한과 한국은 서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주권이 있다고 주장했다”며 “한 국가의 내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쌍방 간에 군사적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며 “항미원조 전쟁에 이겼느냐”라는 물음에는 “이겼다”라고 답했다. 공청단은 또 “항미원조의 기점은 압록강이었는데 세계 1강국(미국)을 압록강에서 38선으로 물리쳤다”며 “미국의 북한 전역에 대한 무력 점령 시도를 송두리째 부쉈다”고 덧붙였다.

6·25 전쟁 관련 수상 소감 논란에 휩싸였던 방탄소년단(BTS)에 대해서는 중국 내에서 굿즈(기획상품) 배송이 중단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주한 중국대사관 등 중국 당국은 “중국 정부는 관련 정책을 펼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여론은 빠르게 악화됐다. 왕웨이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중국 세관 부서는 관련 제한 정책을 출범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고, 장하성 중국 주재 한국대사는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중국 해관총서(세관) 측과 통화를 했는데 BTS와 관련된 소식은 유언비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중국 고위층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중공군 열사능에 참배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北김정은도 ‘혈맹’ 과시... “미제·이승만의 북침 전쟁”

전쟁의 주동자인 북한 역시 중국에 열심히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6·25 전쟁은 미제와 이승만 정권의 북침”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다시 늘어놓았다.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 인민지원군 조선전선 참전 70돌에 즈음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고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인민지원군 열사묘는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부가 있던 곳으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장남인 마오안잉 등의 유해가 묻혀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23일 김정은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항미원조 열사릉원과 단둥시 항미원조 기념탑에 꽃바구니들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21일 평남 회창군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에 화환을 보냈다.

24일에는 시 주석이 신(新)중국 건국 71주년을 맞아 김정은의 10월1일 중국 국경절 축전에 대한 답전을 보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오늘 세계적으로 백년 이래 전례 없는 대변화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을 대를 이어 계승 발전시키며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중국이 11월30일부터 국제 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평양과 금강산 등 관광지에 중국인 관광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관련 동향을 저희도 파악하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30일 논평을 통해 “조선전쟁(6·25 전쟁)이 미제와 이승만 도배들이 도발한 침략 전쟁이라는 것은 그 무엇으로써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역사의 진실”이라며 “남조선에서 튀어나오는 ‘남침’ 나발은 역사에 대한 무지무도한 왜곡이고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됐다고 명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는 “애초에 미국의 거수기로 전락돼 공정성과 정의를 줴버린(내팽개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침을 ‘남침’으로 오도하여 채택한 부당한 결의”라고 무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 “北 남침이 역사적 사실”... 공식 항의는 없어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공식 성명이나 항의보다는 원론적 입장 표명을 거듭하며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주된 대응은 외교부가 이끌고 있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이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부인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전쟁 발발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고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명시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중국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28일에도 중국 공청단의 ‘내전’ 주장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엔의 날’인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유엔은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오랜 친구”라며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일 때 195만여 명의 유엔군이 참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피 흘리고 목숨을 바쳐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지켜냈다”며 중국의 항미원조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6일 국감에서 “(6·25전쟁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사주를 받은 명백한 남침”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시 주석의 항미원조 연설을 두고 “시 주석의 역사적 평가는 동의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시각”이라고만 답했다. 그는 야당 의원이 구체적인 답변을 재촉하자 “중국의 정상이 중국의 시각을 갖고 그렇게 평가한 것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답하는 게 외교적 관례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연합뉴스


문정인 “中위협 못 느껴... 美동맹 참여하면 황해는 전쟁의 바다”

이런 상황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미중 갈등 관련 발언은 여론을 다시 한 번 흔들었다. 문 특보는 27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한중일 평화포럼’에서 “(미국은) 중국 공산당은 압제적 체제라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동맹을 맺어 대응해야 한다고 한다”며 “이게 옳은 것인가, 신냉전 구도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즉각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우리에게 주는지도 못 느끼겠다”며 한국이 미국 편에 서야 할 당위성을 부정했다.

문 특보는 “신냉전의 기본 구도는 과거 미국이 소련을 봉쇄하듯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진해서 한반도에 핵무기도 없고 항구적인 평화가 만들어지는 상황이 왔을 때 평화가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동시 병행추진은 상당히 중요하고 그 입구에 있는 것이 종전선언”이라며 북한을 향해서는 “핵으로는 생존과 번영을 담보하지 못하니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29일에도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제6회 환황해포럼’에서도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 중심의 동맹에 참여하면 신냉전 시대 최전선에 설 수 있다”며 중국이 우리를 적대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하는 신냉전 구도가 온다면 황해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의 바다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中연예인 제재하라” 청와대 청원 등 갑론을박

중국의 항미원조 강조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대일 외교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강경한 기조와 대비하며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라도 초치해야 한 게 아니었냐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의 한국전쟁 역사 왜곡 동조하는 중국인 연예인들의 한국 활동 제재를 요청하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중국과 밀접하게 엮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전은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대북 정책 추진에도 중국은 주요 외교 파트너이기 때문에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7일 민주평통 주최의 ‘한중일 평화포럼’에서 “중화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며 “역사적인 관점으로 봐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어찌 됐든 중국의 항미원조 주장은 6·25 전쟁이 근현대사 최대 사건이자 아픔인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 쉽게 타협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사실로 확인한 역사를 국제관계를 이유로 다시 왜곡해 가르치고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전쟁을 둘러싼 한중 간의 이견이 양국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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