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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매정한 사회가 낳은 '20만원짜리 아기'

[버려지는 아이들]

경제적 어려움 겪던 20대 미혼모

중고 거래 물품에 아기 올려 충격

입양특례법에도 영아유기는 급증

비밀출산제는 국회 문턱 못 넘어

사회적 안전장치 서둘러 마련해야





# 지난 16일 한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이불에 싸인 아기 사진 두 장과 함께 아이를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출산한 지 4일 된 20대 미혼모가 작성자로 확인됐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우발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아이는 보육시설로 보내졌다.

# 6월 신생아를 유기한 20대 여성이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지난해 10월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 현관에서 혼자 아이를 출산한 뒤 비닐 봉투에 넣어 빌라 계단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일정한 소득 없이 할아버지가 매달 수령하는 국가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버리는 부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키울 경제적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이를 버리는 가장 큰 이유다. 영아유기는 아이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데서 나아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41건이었던 영아유기 범죄는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 183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한 10~20대 미혼모가 영아유기 범죄의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생활고나 외도 등의 문제로 아이를 버리는 30~40대도 늘고 있다.

영아유기는 늘고 있지만 검거 횟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검거된 영아유기 피의자는 43명이었지만 2016년 40명, 2017년 38명, 2018년 33명을 기록했다. 영아유기 범죄의 특성상 생모로 특정할 수 있는 출생기록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가 10~40대 미혼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4.3%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조사 대상의 월 평균소득은 92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61.6%에 달했다.

정부도 영아유기 사건을 막기 위해 지난해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10대 핵심과제로 구성된 정책에는 출생통보제와 비밀출산제(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의 출생 사실을 부모가 아닌 병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제도다. 비밀출산제는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임신부가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고 등록하는 제도다. 영아유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간주되지만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실행되지 않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과 오히려 베이비박스가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갖다놓는 행위도 영아유기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도입한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영아를 유기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이 가장 크다”며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는 임신과 출산·양육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극도의 정서적 불안을 겪은 뒤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성·방진혁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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