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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미나마타병 될라"…밀려오는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 [사이언스]

■日정부 27일 방류 결정 가능성

발암물질 삼중수소 장기간 대규모 방출땐 악영향 배제못해

日언론도 "원전 오염수서 방사성 물질 완전 제거 기술 없어"

원자력계 일각선 "후쿠시마 근해 10㎞ 이내만 심각한 문제

삼중수소 농도도 적어 대부분 희석...한반도에 영향 없을 것"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에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오는 27일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가운데 방사성 물질이 해양 생태계와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공포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원자력계 일부에서는 후쿠시마 주변지역에서만 심각한 문제가 될 뿐 한반도 등까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한 원자로의 용융(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로 변함)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매일 160~170톤씩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 저장탱크에 보관하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123만톤에 달한다. 바로 이 오염수를 처리해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장시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내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ALPS로 걸러도 물과 성질이 같은 삼중수소(방사성 물질인 트리튬)는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하지 못하고 다른 방사성 물질도 남는다. 따라서 오염된 수산물을 섭취할 경우 삼중수소가 인체 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베타선을 방사하며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을 일으켜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삼중수소가 7~14일 내 대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고 하지만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삼중수소는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2년이 넘고 완전히 사라지려면 30여년은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물론 삼중수소가 자연상태에도 존재하고 다른 일반 원전 배수에도 포함돼 있어 기준치 이하 농도로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총량 규제가 없어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흘려보낼 경우 어떤 악영향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평균 58만베크렐(㏃)로 일본 배출 기준치인 리터당 6만㏃보다 10배 가까이 높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능이 약 900조㏃인데 오염수의 약 70% 이상이 법적 방출 한계를 초과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폭발사고 이후 10년째 꾸준히 방류된 오염수가 이미 상당수 해산물을 오염시켜 왔는데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오염수가 추가 방출되면 생태계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신문은 21일 사설을 통해 1956년 화학공장의 폐수에 함유된 수은이 축적된 물고기와 조개를 먹고 314명의 희생자를 낳은 ‘미나마타병’을 거론하며 “원전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이 없어 부득이하게 해양방출을 하더라도 관리와 감시의 ‘룰’을 정비해 ‘풍평(소문)’ 피해를 막을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한 후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현과 인접한 미야기현의 무라이 요시히로 지사는 19일 “해양방류는 후쿠시마와 인근 현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후쿠시마현의 우치보리 마사오 지사도 이날 “농림수산업과 관광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 /서울경제DB


반면 원자력 전문가 중에서는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만 문제가 될 뿐 한반도 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우주·땅·공기·바다 등 어디에나 자연방사능이 있다는 점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시 자연방사능만큼 희석되는 데 얼마나 넓게 퍼져 나가야 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처리된 오염수는 음용수 기준 정도로 농도가 낮아 방류지점에서도 위험이 없다. 주변 어민들의 풍평피해는 있을 수 있으나 물리적 위험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방류될 총량도 삼중수소 3g에 불과해 연간 동해로 강수에 의해 유입되는 자연 삼중수소보다 양이 적다. 총량과 농도 모두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원자력계의 한 관계자도 “지하수를 통하거나 태풍이 불 때 이미 많이 바다로 방류해 누적돼 있는데 지상 오염수도 방류할 경우 후쿠시마 근해 10㎞ 이내 바다는 삼중수소가 많아지고 위험할 수 있지만 더 확대되면 희석돼 위험도가 낮아지게 된다”며 “하지만 현지 오염수가 대한해협을 건널 때는 다 희석될 텐데 우리 바다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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