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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낸드 사업 품은 SK하이닉스, 단숨에 글로벌 2위로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을 90억달러(약 10조3,10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 업체 하만 인수금액(80억달러)을 뛰어넘는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중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2위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인텔과 메모리 사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단품과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사업,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이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인 옵테인 사업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내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는다는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를 인텔에 지급하고 인수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오는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단숨에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인텔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각각 11%대의 점유율로 4위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인텔이 강점을 지닌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빅데이터와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 기업용 SSD를 앞세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점유율 23%로 2배 껑충..."D램-낸드 양날개 달고 비상"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M14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D램과 낸드플래시 양 날개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합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텔과 낸드 사업 인수 계약을 맺은 20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사장의 메시지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한 이유와 향후 비전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중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른 강자지만 낸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올 2·4분기 기준 11.4%로 세계 5위다. 1위인 삼성전자(33.8%)의 3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하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2.9%로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세계 기업용 SSD 단숨에 1위로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낸드로 만드는 SSD는 전통적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는 제품이다. SSD는 코로나19로 언택트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하며 가장 주목받는 반도체 제품이기도 하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게임 등 데이터 사용이 늘면서 기업용 데이터센터 SSD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인 인텔은 업계 최고 수준의 SSD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은 올 2·4분기 기준 인텔이 29.6%(2위), SK하이닉스가 7.1%(5위)로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이 36.7%에 달해 현재 1위인 삼성전자(34.1%)를 넘어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낸드 시장의 성장세를 이끄는 것은 SSD이며 SK하이닉스는 인텔 SSD 사업 인수를 통해 단번에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의 강자로 도약하는 최단거리의 지름길을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기업용 SSD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3.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D램 사업만큼 낸드 사업이 성장한다면 기업가치 100조원이라는 목표 달성은 반드시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빛난 'M&A 승부사' 최태원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다시 한 번 발휘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12년 주변의 우려에도 하이닉스를 인수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그룹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키워내기까지 길목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있었다. 반도체 사업뿐 아니라 그룹 전체적으로도 몸집을 불려 재계 서열 3위로 올라서는 데는 최 회장의 M&A 선구안이 빛을 봤다는 평가다.

반도체 불황기에 결단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로 불린다. 당시 SK그룹 내부에서도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휘청여 만성 적자·부실 기업으로 낙인찍힌 하이닉스를 인수하려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나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감각)을 믿어달라”며 반대 목소리를 설득,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이후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4,800억원에, 2017년에는 약 1조원에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차례로 사들였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SK실트론은 웨이퍼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를 정점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핵심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곳들을 하나씩 사들인 것이다.

SK그룹 계열사가 된 후에도 SK실트론은 5,400억원을 들여 듀폰의 차세대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부를 인수했고, SK머티리얼즈도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 사업을 인수하는 등 왕성한 M&A 먹성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2018년에도 4조원을 들여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현 기옥시아)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치열한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이 전개될 때 최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兆) 단위의 투자나 M&A는 기본적으로 총수 결단의 몫”이라고 말했다.

"몸집 키워 약점 보완" 반도체 합종연횡 가속화
미국 엔비디아에 이어 AMD·SK하이닉스까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각 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약 4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세계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M&A 규모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 세계 PC용 GPU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엔비디아가 모바일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자 ARM 인수를 통해 반도체 업계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자랑하는 ARM의 기술력을 확보해 대형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AMD는 무선통신 네트워크 등에 쓰이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업계 1위 기업 자일링스를 300억달러(약 34조1,700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서버 시장에서는 여전히 인텔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이에 자일링스 인수를 통해 서버·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M&A를 통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며 “SK하이닉스·엔비디아·AMD 등 사례가 이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한재영·전희윤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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