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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투자] 노후준비에 디폴트옵션을 설정하라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의 대표적인 노후준비 수단인 은퇴연금제도 ‘401k’는 불과 14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 가입률이 낮았다. 미국 정부는 401k의 활성화를 위해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제도를 정비했다. 그 조언은 바로 디폴트옵션과 자동가입제이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최적의 상품을 선택해 운영해주는 것이고, 자동가입제는 대상 근로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무조건 가입시키는 것이다. 즉 가입자가 연금자산의 운영이나 관리에 시간을 뺏길 일이 없고 가입 결정조차 고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결과 제도 변경 직전인 지난 2005년 2조3930억달러였던 401K의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에는 6조2,000억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많은 사람이 노후생활의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기에 노후 자산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자발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가입자의 관여도를 최소화하고 강제성을 부여했더니 401k가 활성화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이런 아이러니한 측면은 반대의 현상으로 우리나라 연금자산에서 엿볼 수 있다. 가입의 강제성이 있는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이 86.6%를 차지하고, 자발적 가입을 해야 하는 개인연금저축은 공시금리형 보험이 73.6%를 차지한다. 공·사적 연금을 모두 포함해 고령층이 한 달 평균 받는 연금은 63만원에 불과해 노후생활비를 늘리려면 연금상품에 더 많은 돈을 납입하거나 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간 운영해야 하는 연금성 자산 대부분이 1%대 저금리 시대에 원금만 보존되는 상품에 있다. 게다가 개인연금저축 가입률은 20.2%에 불과하다. 연금 자산과 가입 현황이 이러한 것은 먼 미래의 노년 생활보다 지금 당장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저축 가입을 결정하고 얼마나 불입하고 무엇으로 운영할지에 고민을 자주 하기에는 번거롭고 복잡하고 어렵다.



연금제도에 디폴트 옵션을 채택한 미국 및 영국·스웨덴 등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알아서 운영해주고 다소간 강제적이더라도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게 하는 제도나 완벽한 상품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없다고 해서 마냥 노후준비를 미룰 수만은 없다. 지금보다 노후준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는 것이다. 한 번만 설정해 놓으면 굴러가되 수익성도 놓치지 않는 강제성을 부여하면 좋겠다. 다행히 찾아보면 많은 금융기관에서 이런 방법을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투자의 대상과 시기 결정이 어렵다면 주기적으로 자산 변경을 제안해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펀드 매도와 동시에 자동 매수가 되는 펀드 교체 시스템, 목표수익률이 도달했을 때 통보해주는 알람 서비스, 한번 가입하면 생애주기에 따른 투자를 진행하는 TDF, 수월한 장기 투자를 위한 ETF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 등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렇게 진행하자면 처음 시작할 때는 시간을 할애하는 성의가 있어야 한다.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머리는 알겠는데 몸이 미루는 상황을 최대한 본인이 관여하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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