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의 경제소사] 1940년 '매콜럼 메모'

'진주만 피격' 음모론의 진원지

일본을 압박해 군사도발을 유발하자는 내용의 매콜럼 메모. 1999년에서야 존재가 드러났다.




‘1·2단계, 미국은 태평양의 영국·네덜란드령에 대한 기지 사용권을 얻는다. 3단계,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는다. 4·5·6단계, 함정을 일본 영해로 파견해 약을 올리고 샌디에이고의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를 진주만으로 이동한다. 7단계, 주요 물자의 대일 수출을 막는다.’ 진주만 피격 14개월 전인 1940년 10월7일 미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 정보장교인 아서 매콜럼 중령이 제출한 8단계 정세 보고서의 일부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직전까지 7단계는 이미 발동된 상태였다. 남은 8단계는 ‘일본과 전면전’. 보고서의 목적은 자명하다. 일본을 자극해 전쟁을 유발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과연 이 보고서를 중시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매콜럼 보고서의 존재가 밝혀진 것도 1999년 12월 미 해군 출신 저널리스트가 펴낸 논픽션 ‘기만의 날: 루스벨트와 진주만의 진실’을 통해서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 병참기지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참전의 명분을 쌓으려 일본의 도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탓인지 이런 가설에 대한 증좌는 차고 넘친다.

확실한 것은 두 가지다. 분노와 승리. 진주만 습격 이전까지 80%에 가깝던 미국의 참전 반대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유럽과 태평양에서 동시에 2개 전선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일본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유럽과 태평양 전선에서 압도적 전력을 뽐냈다. 전투기와 탱크를 수십만대 단위씩 토해내는 제조업 덕분이다. 전쟁이 끝나고 승패가 갈린 지 75년 세월이 흘러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미국이 정말 2,423명의 목숨과 20여척 전함을 상실하며 일본의 선제공격을 유발했을까. 매콜럼 메모를 비롯한 ‘진주만 음모론’은 전쟁범죄의 흔적을 지우려는 일본의 술책이라는 반론도 나오지만 논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논란 속에 두 가지가 변했다. 미국의 승리와 인간의 사고체계가 변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은 무엇이든지 유용하다’던 키케로식 사유를 밀어내고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중요하다’는 마키아벨리식 사고가 지구촌에 퍼졌다.

미국은 나름대로 진실을 규명하려 노력했다. 진주만 피격 직후부터 최근까지 무려 아홉 차례나 의회 조사와 청문회가 이어졌다. 의혹은 결국 해소되지 못했으나 미국이 그토록 진실 규명에 매달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키케로의 의무론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는 기억에 생명을 불어넣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현실에 빛을 던지는 것이다.’ 궁금하다. 과연 진주만 음모론과 매콜럼 메모의 진실이 무엇인지.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