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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경영계 목소리, 엄살 치부 말아야

임지훈 정치부 차장





“기업은 항상 그런 소리를 합니다.”

지난달 14일 국회 본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3법 입법이 기업을 옥죌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를 전하자 보인 ‘즉자적’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추진을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이 경영계에서 나온다”며 재차 그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제도를 만드는 것은 코로나와 별개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반응에 즉자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그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3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듯한 채로 경영계의 목소리를 그저 엄살로 치부한 탓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3법과 관련해 “앞으로 심의를 해봐야 안다. 그래야 대처도 하지. 전반적으로 공정거래법·상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은 아직 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법을 보지 않았다면 경영계의 얘기를 듣기는 했을까. 그에게 “기업인과 만나 이와 관련해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정치하는 사람이 기업인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나”였다. 물론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22일 국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경영계의 걱정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면담 시간은 고작 10분여에 불과했다. 박 회장은 짧은 면담 직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이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고소·고발의 일상화로 인한 경영활동 위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비지주 금융그룹도 감독이 이중규제 옥죄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를 단순히 엄살로 치부하고 말기에는 실증적 근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당사자의 얘기라 엄살로만 들린다면 최소한 전문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당인 국민의힘 의원 얘기라도 들어보자. 김기현 의원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악덕 기업 사냥꾼이나 해외 투기자본에 건실한 국내 기업을 먹잇감으로 방치시킬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 외에도 최근 통화한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대다수는 3법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지만 규제 강화에 대해서만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영계의 걱정을 엄살로 치부하고 전문가, 국민의힘 의원의 얘기에 귀를 닫은 채로 김 위원장이 여당의 3법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경우 훗날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외로 클지 모른다.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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