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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이탄지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열대림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마트라섬과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등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서울시 면적의 5배가 넘는 33만㏊가 탔고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하루 평균 1,130만톤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의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 2015년 발생한 인도네시아 열대림 화재는 21세기 최악의 환경 재앙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서울시 면적의 42배 규모를 태우며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탄지(泥炭地·peat land)로 덮여 있는 인도네시아 열대림은 브라질 아마존과 함께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이탄지가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하는 특이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해안습지와 배후습지 등에서 잎·나뭇가지 등 식물 잔해와 곤충 사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한 채 수천~수만년 쌓여 생긴 유기물 토지가 이탄지다. 1m 깊이의 이탄지가 만들어지는 데 1,000여년이 걸릴 정도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얻는 탄소량의 2배를 저장할 수 있고 일반 토양보다 탄소저장량이 10배 이상 많다. 지구 지표면의 3%에 이르는 이탄지는 약 6,500억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 동남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큰 이탄지(2,000만㏊) 보유국이다. 인도네시아 이탄지의 탄소저장량은 460억톤에 달하는데 전 세계의 8~14%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가 ‘식량 안보’를 내세우며 싱가포르 면적 10배 크기의 경작지 개발 사업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섬 북부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서파푸아·남수마트라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지역들 대부분이 이탄지를 포함하고 있어 벌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1996년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이 대규모 경작지를 개간하는 ‘메가 라이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환경 훼손 논란과 정권 교체로 중단됐던 곳이다. 지구의 허파를 지키는 환경 보호는 인류 전체의 건강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한 나라의 식량 안보도 무시할 수 없는 과제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관련 국가와 국제기구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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