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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 의원수 대폭 줄인 이탈리아의 '실험'...유럽 '의회개혁' 신호탄 되나

伊, 양원 36%씩 줄여 효율 제고

OECD 평균 웃도는 英·佛·獨도

이미 의회규모 축소 의지 밝혀

“소수 정당 입지 줄 것” 우려도

이탈리아가 최근 국회의원 수를 3분의 1 이상 줄이는 의회 개혁의 화살을 쏘아 올리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의원 감축에 대한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유럽 주요국가의 의회가 대부분 상·하원 양원제로, 규모가 크고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선봉에 나서 의회 및 국민투표를 거쳐 의원 수 감축에 성공함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이 주변 국가로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탈리아병(病) 근원’ 거대 의회에 메스
이탈리아는 지난 20~21일(현지시간) 의원 수 감축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성 69.6%, 반대 30.4%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 의회가 시작되는 2023년부터 상원의원은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36.5%씩 줄어든다. 이 경우 이탈리아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현재 1.56명에서 1.0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영국(2.15명) 다음으로 국민 10만명 당 의원 수가 많은 국가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후 베니토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1948년 의회 기능을 강화한 오늘날 의회 체제를 마련했고 1963년 헌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의석수를 확정했다.

이탈리아가 최근 의원 수 감축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켜 오는 2023년부터 상하원의원 수를 각각 36.5%씩 줄인다. 사진은 로마 하원의사당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의회 비대화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치 혼란, 세금 낭비, 부정 부패 등만 야기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고비용 저효율’ 의회가 이탈리아병(病)의 근원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1983년 이후 7차례나 의원 수 감축을 시도했지만 각 정당, 지역 간 이해관계가 워낙 달라 번번이 좌절됐다.

의원 감축을 주도한 현 연립정부의 한 축인 오성운동은 이번 개혁으로 의회 임기 5년을 기준으로 5억유로(약 6,889억원)의 혈세를 아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의사결정의 효율성도 한층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 의원수, OECD 평균보다 많아…獨·佛·英 동참할 듯


이탈리아의 의회 개혁은 이웃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의원 수 감축 등을 담은 의회 개혁안이 이미 발표된 만큼 이탈리아의 사례가 추진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주요국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7명을 웃돈다. 영국은 가장 많은 2.15명에 달하며 프랑스와 스페인도 각각 1.48명, 1.32명에 이르고 있다.





독일은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가 0.8명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하원 의원 수를 장기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당 3개가 현재 709석인 하원 정원이 늘어나지 않도록 막고 장기적으로 의원 숫자를 줄이기로 합의하고 법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선출직 의원 규모가 너무 커서 정치 과정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민의가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앞장서서 정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회의원 정원을 25% 감축하는 정치개혁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의회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법안에는 2022년부터 하원의원의 20%를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하고, 3년마다 상원의원 정원의 절반이 교체되는 현행 방식 대신 한 번의 선거에서 전체 의원이 교체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에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수정 법안 표결을 앞두고 의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도 지난 2017년 800명 안팎의 상원의원 수를 25% 감축하고, 상한선으로 하원의원(650명) 보다 적게 하자는 개혁안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영국 상원은 양원제를 도입한 전세계 국가 중 유일하게 하원보다 규모가 크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입법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달 보리스 존슨 총리가 36명의 종신 상원의원을 새롭게 지명하면서 상원 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총리실은 상원 축소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럽 의회의 특성상 거대 정당 중심의 구조에서 녹색당과 같은 소수 정당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선거구 조정 등 후속작업 과정에서 정당 및 개별의원 간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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