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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담보' 성동일 "설렁탕 값에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작품"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감정을 계속 평행선으로 가지고 가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끝까지 감정에 젖으려 하지 않고 억누르며 절제하려고 했죠. 슬픈 장면은 오히려 가장 연기를 안 했어요. 담담하게 표현해도 관객에게 충분히 슬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배우 성동일은 진정한 베테랑 배우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설정과 이야기로 대놓고 울리는 영화 ‘담보’에서 정작 본인이 우는 장면은 많이 없다. 눈빛과 대사만으로도 상대 배우의 감정을 끌어올리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오히려 자신이 크게 노력한 것은 없다며 겸손해하는 그를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담보’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성동일은 까칠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을 연기했다. ‘승이’ 엄마에게 떼인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잠시 승이를 담보로 데려가지만, 며칠만 데리고 있으려던 계획과 달리 얼떨결에 맡아 키우며 진정한 부성애를 깨달아 가는 인물이다. 그는 40대에서부터 70대 노인의 얼굴을 그려내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나이 더 먹기 전에 내가 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죠. ‘남의 자식한테 아빠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궁금증과, 그러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해야 될지 궁금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어린 승이로 나오는 아역 박소이와 성동일의 호흡이 ‘백미’다. 담보로 데려온 승이는 두식에게 보물로, 승이에게 두식은 아저씨에서 아빠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두 사람의 ‘케미’에 아쉬운 지점은 상쇄된다. 특히 성동일은 박소이의 에너지와 연기를 칭찬하며 호흡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박)소이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나는 정말 사탕 발린 소리를 못하는데, 소이가 촬영 현장을 완전히 장악해서 밝게 만들었어요. 소이가 엄마와 헤어지고, 모르는 아저씨들과 사는 경험을 해볼 일이 없잖아요. 어른들이 만든 상업영화에 하나의 캐릭터로 출연하는것 그 자체가 대단했어요. 또 현장이 세상에서 제일 즐겁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쳐서 그게 영화에 잘 나온 것 같아요. 정말 보물 같은 존재였죠.”

기존에 tvN ‘응답하라’ 시리즈로 아빠 역할을 많이 맡아온 성동일은 ‘담보’에서도 부성애를 그린다. 극중 친아빠가 아니라는 설정이 이전 역할들과는 다르지만, 평소 그의 실제 성격과도 비슷한 캐릭터와 기존의 아빠 이미지는 두석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성동일도 두석 캐릭터에 대해 “그냥 성동일을 보여줬다”며 웃음지었다.

“이전에 ‘개딸’ 아빠로 불렸는데, ‘담보’는 상황 설정이 완전히 달라요. ‘응답하라’는 친 부녀 관계라서 딸들에게 좀 더 막대했어요. 이 영화에서는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해야 했어요. 너무 친근하게, 과하게 표현하면 보시는 관객들도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담보로 맡은 아이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설득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



MBC 예능 ‘아빠 어디가’를 통해 아들, 딸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성동일은 당시 방송에서 다소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서는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며 자상하고 헌신적인 아버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아빠로서의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집사람하고도 그런 문제로 많이 부딪히기도 하죠. 어렸을 때 안 먹어본 것, 안 해본 게 많아요. 자식들한테서 나이 먹어서 ‘안 먹어본 게 많다’는 말이 안 나오게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해요. 우리 애들은 모든 걸 다 시키고 싶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해외여행 기회가 있으면 보내요. 아이들을 통해서 파리, 스위스가 어떻다 이야기를 들어요. 그걸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죠. 나는 어렸을 때 하고 싶어도 못 했으니까요. 우리 아들 방에는 전 세계 오락기가 다 있어요. 없는 게 없을 정도예요. 먹고 싶은 것도 다 사줘요. 어차피 호텔 뷔페 사달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가족의 소중함,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인 만큼 성동일은 아내와 자녀들을 언론 시사회에 초대해 영화를 보여줬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는 그는 ‘담보’가 가족들에게 소중한 앨범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미스터 고’ 이후 오랜만에 시사회로 영화를 봤어요. 막내가 11살인데 아이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찍어서 뿌듯하기도 해요. 아이들은 재미있게 봤다고는 하는데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들 준이는 (김)희원이 삼촌 때문에 울음이 터졌다고 하고. 두석 캐릭터가 전반부에서는 좀 거칠고, 후반부로 갈수록 유해지는데 우리 막둥이는 아내한테 ‘아버지가 이렇게 욕을 많이 해요?’라고 물었다네요.(웃음) 전반부는 평소의 모습과 똑같고, 후반부는 나와 다른 모습이었다고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영화는 악연으로 만난 이들이 천륜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고, 함께한 시간이 쌓여서도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성동일은 영화가 제시하는 이 같은 가족상에 대해 “평범하게 보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하다”고 말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각자 모여서 평범하게 가족을 이루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이들이 진짜 가족이 되기 위해 평생, 끝까지 노력하는 거죠. ‘담보’는 화려한 CG, 액션, 미장센은 없지만 주변에서 볼 법한 이웃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코로나 시국에 많이 와서 봐 달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 설렁탕 한 그릇 값 내고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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