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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만 희생강요…우린 망하란 소리냐"[상가임대차법 통과]

월세 6개월 밀려도 계약해지 못해

수입 준 임차인은 감액 청구 가능

"대출·세금 고정지출 그대로인데

건물주에 경기침체 책임 떠넘겨"

법률전문가 "사유재산 침해 과도"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직장에서 은퇴한 60대 임대인 A씨는 인천 청라에 상가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 전 마련해뒀던 노후생계 수단이지만 임대가 맞춰진 곳은 1곳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부터 경기 영향으로 상가 3곳 중 2곳은 공실이기 때문이다. A씨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차인이 만약 6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않을 경우 대출이자는 물론이고 생활비부터 문제가 된다”며 “임차인도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은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없는 절박한 시절”이라고 말했다.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이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고통은 세입자와 집주인, 자영업자와 임대인 등 직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정책은 주택임대차법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이라는 이유로 임대인의 양보와 희생만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법 시행일 이후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를 비롯한 1급 법정 감염병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상가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대인들은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임대인에게 책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대출이자나 세금 등 고정지출 비용은 변함이 없는데 6개월 동안 월세를 받지 않아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임대인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5%로 임대료 증액한도를 막고 계약갱신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임대인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임대인이 봉이냐. 과거 전쟁 때 토지주가 학살 대상이었는데 마치 그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과격한 표현이 터져 나오고 있다.



법리적으로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전문위원은 해당 조항을 검토한 보고서에서 “계약법 이론상으로는 임차인이 차임 지급을 1회라도 지체하면 계약위반인데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3회로 늘린 것”이라며 “그런데 6회에 걸친 차임 연체에도 불구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거나 계약해지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임대인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과거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대해 유예를 권한 사례는 있지만 이렇게 개인 간 거래인 임대차 계약에 법이 개입을 해서 의무적인 유예를 규정하는 것은 본 적 없는 낯선 상황”이라며 “한시적이지만 임대인 입장에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감액 청구권도 분쟁만 늘릴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이번 개정 법안은 임차인이 감액 청구권을 쓸 수 있는 사유로 ‘1급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 변동’을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차임증감청구권’을 사문화하다시피 한 규정으로 평가하는데 사유를 명시함으로써 청구권 활용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유를 규정하더라도 감액의 범위 등은 여전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인은 강자, 임차인은 약자이므로 임차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평면적인 정책으로는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이라며 “영세 자영업자 등 일정 기준 이상의 경우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를 주고 있는 집주인들은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이다. 현재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세입자가 낀 집은 인근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이사비·복비 등 명목으로 수백~수천만원의 ‘뒷돈’까지 줘야 한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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