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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라며 죽고…양심이라며 변심하더라

[책꽂이]양심이란 무엇인가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니케북스 펴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책 제목을 곱씹어 본다. ‘양심이란 무엇인가’. 양심은 종종 도덕과 혼동되곤 한다.

“도덕은 선과 악을 구별해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양심은 오히려 인간 영혼을 이루는 부분, 타고난 것이든 습득된 것이든 영혼의 부분이다. 양심은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도덕을 바탕으로 우리를 처신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악하고 선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이미 저질렀을 때 우리가 죄의식을 느끼고 회한에 빠지고 후회하게 만드는 것도 양심이다.”

전쟁사를 전공한 유발 하라리의 사상에 영향을 준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인류 역사상 가장 논쟁적 개념의 하나인 양심을 탐구주제로 택해 수십 년간 치열하게 펼쳐온 사유를 집대성했다.



통념과 달리 구약성경이나 유대교 경전에서는 양심의 개념이 언급되지 않는다. 신의 명령에 집중하고 신의 보상을 기대하고 처벌을 두려워해 율법을 지키기만 하면 됐기에 굳이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심은 그들이 이교도라 불렀던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서 나타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 ‘안티고네’에서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혈육을 기리는 것이 부적절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식으로 ‘양심’이 작동한 충돌 장면이 묘사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때를 양심이 탄생한 순간으로 봤다.

이후 스토아학파가 등장하면서 ‘자기 자신을 아는’ ‘이성’이 강조되자 자기 통제를 추구하는 형태의 양심과 비슷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에는 양심의 가책을 강조함으로써 권위에 순종하게 만드는 방식이 통했지만, 나중에는 종교에서 떨어져 나온 양심이 ‘국가’ ‘의무’와 결합한다. 나치즘과 홀로코스트가 그 사례다. 나치스는 양심이 없었단 말인가. 저자는 집단학살을 실행하던 이들에게 양심은 의무감으로 포장됐고, 이것이 악행의 방어막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한다.

양심의 연대기는 현대에까지 닿아 컴퓨터가 만들어낸 로봇과 AI 등에게 양심을 심어줄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책의 부제는 ‘양심 과잉과 양심 부재의 시대’. 누군가는 ‘양심선언’을 하고 누군가는 ‘양심의 가책’으로 생을 버리는가 하면 ‘소신’이라며 양심이 변하는 이들, 그 양심마저도 없는 이들이 공존하는 시대를 겨냥했다. 2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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