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루앙의 역사는 1855년 라마 4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에 왕실 화장터가 있던 자리에 공원을 만들도록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규모는 12만㎡ 크기로 여의도 공원(약 23만㎡)의 절반 정도다. 라마 4세는 공원 이름을 ‘왕실 정원(the royal garden)’이라는 뜻의 사남루앙으로 짓고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라마 5세는 주변에 가로수를 심는 등 재단장해 유럽풍 공원으로 변모시켰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년 4월 기우제가 열리고 있으며 왕과 왕비 생일에는 성대한 기념식이 개최된다. 또 신년맞이나 국가적 이벤트 행사 장소로도 사용된다. 사남루앙은 태국 역사의 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군부 쿠데타 때마다 많은 국민이 이곳에 모여 저항했다. 19일과 20일 이틀간에도 경찰 추산 2만명이 참석한 집회가 열렸다. 2014년 쁘라윳 짠오차 장군(현 총리)이 주도한 쿠데타에 항의한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번 집회에서 태국 사회에서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이 정면 거론돼 파문이 일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잦은 외유 등으로 왕실 재정을 낭비하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에 대한 실망감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군부 집권을 용인해온 왕실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달 14일 대규모 시위가 또 열릴 예정이라니 ‘군주제 개혁’ 이슈가 태국 정국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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