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그때그때 바꿀수 있는 재정준칙"…巨與 '입맛대로 예산' 불보듯

['확장재정 방어벽' 스스로 허무는 정부]

■내주 재정준칙 발표

예산때마다 정치권에 휘둘리며

논란 피하려 시행령 꼼수 꺼내

국가채무율 45% 이하 개정안은

"경직성 높아진다" 처리 불투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바꿀 수 없는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선심성 돈 풀기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명분으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여당은 무분별한 확장재정을 요구하며 재정 편성에 깊숙이 개입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50%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가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70%로 높였고, 결국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100%로 처리돼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거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과정을 비롯해 번번이 기재부를 압박했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해임 건의 발언 논란까지 불거졌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기재부에 따르면 조만간 당정 논의를 하고 재정준칙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큰 틀에서 국가재정법을 개정하고 단서조항으로 코로나19 등 위기상황 관련 내용을 담되,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비율 등의 수치는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 92개국이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는 한국과 터키 정도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헌법에 명시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재부가 지난 2016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내, 국가채무 4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제화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폐기돼 실질적인 재정준칙은 없다. 다만 정부가 매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리목표를 담아왔고 올해는 오는 2024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5% 중반, 국가채무비율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후반 수준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채무비율 45% 이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야당에서 총 4건의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올린 상태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재정준칙이 만들어지면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어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재부가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수치를 명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같은 여당의 움직임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여해 “8월 말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해외 준칙 제도를 전부 조사하면서 검토가 늦어졌고, 지금 마지막 단계”라며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경직적인 준칙으로 재정이 역할을 못 한다면 제약이 된다”고 말했다.





“시행령에 수치 담는 건 준칙 아냐

현상태 재정적자 감당 못해” 지적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해 지출을 관리할 계획이다. 페이고 원칙은 수년 전부터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으나, 쉽게 줄이기 힘든 의무지출을 새로 도입할 때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부분으로 인해 국회에서 머뭇거렸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페이고는 재정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되도록 하는 제도여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준칙이다. 2016년 경직적으로 절대적 비율을 못 박았던 정부는 시행령으로 미루는 ‘꼼수’를 꺼내 들었다. 일단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놓고 나타날 국회 논란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제정, 공포하면 되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시행령에 수치를 담는다는 것은 준칙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재정준칙 카드를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재정준칙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위기 시 적용 예외조항을 둘 계획이다. 경기침체 시 완화하고 코로나19 등의 재해가 있을 경우 면제하는 식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재정준칙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적용까지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엄격하고 실효성 있는 준칙이 만들어져야 재정건전성 관련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정안정화 노력이 없다면 현 상태로는 2022년 이후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홍종호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다년도 기준 지출준칙을 우선 적용하고 차후 수지준칙과 채무준칙을 도입하는 식으로 단계적인 접근도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 독일은 구조적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이내로 유지함으로써 부채 신규 발행을 억제하는 내용의 재정 운용 목표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법률로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무지출 증가 또는 세입 감소를 일으키는 신규 입법 시 반드시 이에 대응하는 재원 조달 방안이 함께 입법화되도록 의무화한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한다.
/세종=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