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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세입자가 그럴리 없다"는 정부

진동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두 달 가까이 ‘임대차 3법’ 시행과 관련된 문제점을 취재했다. 그동안 정부·지자체 관계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 “세입자가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할 리 없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물어보느냐” 이런 것들이다. 언론과 시장에서 제기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거나 작은 사례를 끄집어내 ‘침소봉대’한다는 불만이다.

이 같은 정부의 인식과 다르게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는 갈등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제도 시행 초기의 혼선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감정적 골이 너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 등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쥐어뜯기 위해 제도상 허점을 파고들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세입자들은 ‘버티는 법’, 집주인들은 ‘내쫓는 법’을 연구하고 있다.

심지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세입자에게 이사비·복비 명목 등으로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것은 관행처럼 자리 잡으려는 분위기다. 제도상 마련된 분쟁 해결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집주인·세입자들이 ‘나가달라’ ‘나가주겠다’며 뒷돈을 주고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이 법들은 제도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어떻게 마냥 사이가 좋겠느냐마는 예전에는 서로 안부라도 주고받으며 살가운 시늉이라도 했다면 이제는 ‘계약 이행’에 대한 서류와 법적 절차 등만 차갑게 주고받는 더욱 소원한 사이가 됐다. 조금만 허점을 내비치면 상대가 말을 바꿔 내 ‘재산권’을 침범할 것만 같아서다.

매번 같은 지적을 하는 것 같아 지겹기도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말 ‘설익은’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모든 갈등을 제도에 담을 수 없다”며 곳곳에서 생기는 분쟁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시장 거래 관행을 180도 뒤집는 제도라면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까지 미리 꼼꼼하게 챙겼어야 한다. 분쟁이 늘어날 걸 예상했다면 제도 시행 전에 해결 방안을 탄탄히 마련해놓았어야 한다. 정부는 임대차 3법 시행 결과로 “임대인의 재산권과 임차인의 거주권 간의 균형추를 잡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시장의 인식과 정부의 판단 간 괴리가 커질수록 정책에 대한 불신은 커지기 마련이다./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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