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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방탄소년단 RM과 미술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산간벽지의 청소년들도 미술책을 보면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웠으면 좋겠다.”

방탄소년단 RM(본명 김남준)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 1억원을 전달했다. 이에 미술관은 이중섭·김환기·유영국·박래현·이승조 등 도록 9종으로 4,000권을 보급할 예정이다. 주로 개인전 중심의 이 도록은 전국 400군데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 무상으로 배포된다. 미술책은 평소 미술관과 거리를 뒀던 젊은 세대에게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예술적 감수성.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이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RM은 미술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시인 같은 문학도 지망생이었다. 그의 음악은 문학성을 바탕에 깔고 발전했다. 작사·작곡으로 방탄소년단의 중심이 돼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 우울 시대의 청량수 같은 소식이었다. 어떻게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이 가능할까. 한마디로 예술적 감수성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RM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상설전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에서 처음 만났다. 누군가는 말했다. 두 가지의 미술 전시가 있는데 RM이 본 전시와 그렇지 않은 전시라고. 전시장에서 만난 RM은 나에게 손상기 화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웬 손상기. 나는 놀랐다. 그는 물었다. “관장님이 굴레방다리의 손상기 작가님 화실을 찾아가셨잖아요.” 그렇다. 나는 무명시절의 손상기와 가깝게 지냈고 그의 작가적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공작도시’와 ‘시들지 않는 꽃’ 같은 연작은 울림이 큰 작품이었다. 더 이상 시들 것도 없어 더 이상 버림받을 것도 없다는 시든 꽃, 바로 꼽추화가의 자화상이었다. 개성적 예술세계와 극적인 삶을 살다 요절한 화가 손상기. RM은 손상기를 주목했고 문학적 서정성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을 공부하며 또 자신의 집에 그 작품을 걸어놓고 음미하고 있다.

RM의 미술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은 수준급이었다. 그의 탐구욕은 절판된 미술책까지 어렵게 구해 탐독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했다. 그래서 수십년 전의 ‘굴레방다리 화실’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그는 미술에서 받은 영감과 치유의 순간을 다른 청소년들과도 나누고 싶어 했다. 자신이 경험한 아름다운 것을 타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은 한류의 첨병이면서 우리의 희망이다. 미술 한류를 꿈꾸는 우리 미술관 입장으로서 RM의 미술사랑은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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