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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소통은 감성이다

<전 연세대 교수>

<132> 타인을 움직이려면

논리와 당위성 완벽히 갖췄더라도

감정 전달 실패땐 행동 바꿀수없어

내게 불리한 점도 꺼내고 내보여야

상대가 공감하고 인정할 기회 생겨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백마비마(白馬非馬).’ 중국 철학자 공손룡의 화두다. 백마는 말과 ‘희다’는 개념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그래서 백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펴면 ‘백마는 백마다’라는 동어반복적 명제 외에는 논리적으로 설 땅이 없게 된다. 철학자들의 담론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장에서 누가 이런 식의 논리를 펴면 그 사람은 미쳤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선 비위가 상해서 더 이상 같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논리만으로 사람을 절대 설득할 수 없다. 논리와 논리가 맞붙으면 결국 논쟁으로 끝난다.

‘거짓말하지 말라.’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주창하는 의무론의 절대명령이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어떤 직원이 가장 문제냐고 물어보면 “거짓말하는 부하”라는 답변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그 CEO에게 물어보라. ‘당신은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하고 살아왔는가’라고. 만약 ‘거짓말한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 그 말이 거짓말이다. 자신도 실천하지 못할 도덕적 명제를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거짓말을 한다. 당위만으로 사람을 설득하지 못한다. 엄마 게가 자식 게에게 ‘똑바로 걸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소통의 목적은 무엇을 전달하는 것일까. 정보? 데이터? 지식? 물론이다. 그런데 그런 요소들을 전달하는 궁극적 목적은 결국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소통의 결과로 감정이 전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감정이 일치하게 된다. 이것이 공감이다. 소통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교수가 학생에게 강의를 하든,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세일즈를 하든, 사장이 직원들에게 훈시를 하든, 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감정의 전달이다. 감정이 전달되지 않으면 소통은 결국 실패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능력이 있다. 첫째, 로고스(logos)는 이성이다. 이성은 분석하고 종합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다. 논리적 사고가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에토스(ethos)는 당위다.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셋째, 파토스(pathos)는 감성의 영역이다. 행복·불행·쾌락·고통 등을 담당한다. 이 세 번째 능력이 결국 우리 행동을 움직이는 동인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한 말이라도, 아무리 당위적 정당성을 가진 말이라도, 우리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행동을 유발하지는 못한다.



서양 사람들이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는가. 자기들도 어떤 것을 먼저 말해야 하는지 통일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에게 무엇을 먼저 듣고 싶은지 묻는 경우도 많다. 그 순서가 논리적 또는 윤리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감성적으로 볼 때 배드 뉴스가 먼저 오는 것이 맞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우리 회사 차를 구입하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연비가 좋지 않습니다. 둘째, 가격이 비쌉니다. 셋째, AS가 제때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서 나오겠는가. 아니면 ‘그러면 이 차를 사야 할 이유는 없는 겁니까’라고 되물어 보겠는가. ‘네. 최고로 빠르고, 안전하고, 안락한 차입니다.’

면접관이 신입사원 면접에서 후보자에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말해보라고 묻는다. 한 명은 장점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후 단점은 별도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한다. 다른 후보자는 자신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먼저 말한다. 첫째,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 둘째, 아침잠이 많다. 셋째, 몸이 약하다. 그리고 나서 자신을 꼭 뽑아야 할 이유는 ‘한 번 맡은 프로젝트는 확실하게 끝내고,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1등을 했고, 고객의 마음을 확실하게 읽습니다’라고 말한다. 누가 합격점을 받을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먼저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상대방은 감성적으로 무장해제된다. 자신을 스스로 부정해야 비로소 상대방이 인정해줄 기회가 열린다. 소통은 공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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