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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척 피니





1997년 1월23일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15년 동안 익명의 사업가가 대학과 의료기관 등에 6억달러(당시 약 4,400억원)를 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세계적인 면세점 사업가 척 피니의 선행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의 본명은 찰스 프랜시스 피니다. 1931년 미국 뉴저지 아일랜드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 탓에 크리스마스카드와 우산 등을 팔면서 살림을 도왔던 그는 1950년 미군 통신병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참전 후 코넬대에 입학해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지중해 연안에 수많은 미국 군함이 정착해 3만명의 미군이 주둔했는데 이들에게는 면세로 술을 살 권리가 주어졌다. 여기서 사업 기회를 본 피니는 군인을 상대로 주류 판매를 시작했다. 1960년 코넬대 동창과 함께 면세쇼핑그룹 DFS(Duty-Free Shoppers Group)를 설립한 후 공항 면세점으로 확장했다. 1970년대 세계 1위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1997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정 분쟁에 휘말려 회계 장부가 공개됐다. 15년 동안 2,900회에 걸쳐 회삿돈이 인출된 내역이 담겼다. 그가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출 내역이 모두 기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1982년 ‘애틀랜틱 필랜스로피’를 설립해 기부 활동을 펼쳤으며 1984년 DFS그룹 체인 지분 38.75%를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아일랜드의 금언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를 품고 살아온 피니는 정작 자신은 1만원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다니며 부인과 함께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척 피니가 최근 재단 소유의 재산을 모두 기부하고 재단을 해체한다는 소식이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딛고 오를 사다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그의 기부 철학이 부모의 재력과 인맥을 내세워 보통 사람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우리네 현실과 대비돼 뒷맛이 씁쓸하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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